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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들고 감시, 동료를 인질로…판결문에 드러난 캄보디아 범죄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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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I 2025.10.14 05:48:05

지난달 부산지법 형사3단독 판결문
한국인 3명, 사기 등 혐의로 실형 선고
기존 직원이 속여 데려와 범행까지 동원
사무실 건물·층별로 ''총 무장'' 경비원 배치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고수익 취업’을 내세워 한국인 청년들을 캄보디아로 끌어들인 뒤 범죄에 악용하는 현지 조직들의 행태가 법원 판결문을 통해 일부 확인됐다.

'온라인 스캠' 범죄조직과 전쟁에 나선 캄보디아 당국 합동단속반이 지난 8월 캄폿주에서 펼친 단속 작전에서 체포한 중국인들을 현지 크메르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 중국인 3명은 지난 8월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한 뒤 숨진 사건을 수사한 현지 검찰에 의해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크메르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3단독(심재남 판사)은 지난달 범죄단체 활동,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20~30대 한국인 3명에게 징역 2년 4개월~3년 2개월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해 7월 3일부터 24일까지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수법으로 13명에게 119회에 걸쳐 5억 8000여만원을 범죄단체에 송금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중국인 총책이 범행을 총괄하던 해당 조직은 캄보디아 바벳과 라오스 비엔티안에 사무실이 있었으며 세부적으로 역할을 나눴던 것으로 조사됐다.

총책 아래에는 조직원들을 관리하는 관리책을 비롯해 콜센터 직원, 범행에 쓰이는 대포통장이나 조직원을 모집해 공급하는 모집책, 1차 계좌에 들어온 피해금을 2차, 3차 계좌로 옮기는 송금책, 세탁책도 있었다.

콜센터 직원들은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공간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해야 했으며 지각 또는 조퇴할 경우 벌금을 내야 했다. 또 실적이 부진할 때는 오후 11시까지 야근을 하기도 했다.

현지 사무실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출입증 카드를 들고 자신의 얼굴 사진을 찍어 중국인 관리자에게 보내고 해당 관리자가 입구에 있는 경비원에게 인증해야 했다. 직원들이 일할 때는 휴대전화기를 사용하거나 옆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금지됐으며 본인들이 하는 일을 발설해서는 안 되고 사무실 컴퓨터에 개인 계정을 로그인하는 것도 금지하는 행동 강령이 있었다.

무엇보다 하위 조직원들의 임의적인 이탈을 막기 위해 귀국을 원할 때는 친구인 조직원 한 명을 인질처럼 남게 했고 한 명이 사무실로 들어오면 그다음 사람이 귀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대부분 기존 직원이 데려온 사람들로 항공권과 숙소를 제공하며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코인 관련 일을 해보자”는 거짓말에 속에 일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직원들은 철저하게 가명을 이용해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하도록 했으며 사무실 건물 입구에는 현지인 경비원 5∼6명이, 각층에는 경비원 2∼3명이 총을 들고 이탈을 막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탈퇴 의사를 밝힌 조직원에게는 1만달러(한화 1300만원가량)를 벌금으로 내도록 했다.

심 판사는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며, 그 조직이 외국에 있어 발본하기도 어려워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죄단체에서 즉시 탈퇴하거나 범행을 중단하지 못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을 감안해 양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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