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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국민연금 전문가 “상법개정과 책임투자, 오천피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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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I 2025.07.28 08:00:00

[상법개정에 역할 커진 국민연금] ③
원종현 국민연금 수책위 위원장 인터뷰
주주권익 침해와 싸워온 국민연금
상법 개정, 국민연금 책임투자 노력의 제도화
수책위 독립성 입증은 과제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상법 개정안이 상장사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활동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상법 개정에 포함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3% 룰) 도입은 국민연금에도 의미가 깊다. 국내 상장사 주식을 150조 넘게 보유한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원칙 하에 기업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주주 역할을 다해왔다. 이번 상법 개정은 국민연금이 오랜 기간 수탁자 책임 원칙하에 꾸준히 실천해온 기업 감시와 의결권 행사의 철학이, 입법이라는 방식으로 제도화된 결과에 가깝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 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이사회를 반대해왔고, 오너 외에 전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부당한 합병과 경영상 판단을 막아왔다”며 “오랫동안 주주책임을 다하기 위해 비포장도로를 달려왔다. 상법 개정은 우리가 행동해온 길에 아스팔트를 깔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원 위원장은 지난 2000년 국민연금 연구원 합류를 시작으로 25년 넘게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및 수탁자책임 활동에 몸담아온 인사다.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를 설계하고, 이끌어온 원 위원장에게 상법 개정은 상당히 감회가 깊다.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노력이 입법적 근거를 갖게 되어서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힘겹게 해오던 일이 이제 제도로 뒷받침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원 위원장은 “이제는 다른 기관투자자(LP)들과 주주들, 시장 전체가 함께 감시자로 나서야 한다”며 “상법에서 전체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못 박은 점은 일반 주주들에게도, 특히 기관 자금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운용사 등의 기관에는 의무가 되는 조항이라고 본다. 책임감 있는 주주 행동에 대한 부담을 올리고, 참여로 이어지리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
◇ 국민연금 ‘독립성 입증’ 책임, 더 무거워졌다

그는 상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판단 기준 변화나 큰 보완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해오던 스튜어드십코드 원칙과 활동의 정당성을 제도적으로 확인받은 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책임에 대한 부담과 과제는 더욱 무거워졌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전체 주주와 시장의 관심 사안이다. 상법개정 여파로 더욱 ‘주주의 이익’에 근거한 정성적 판단이 요구되는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 국민연금의 결정이 정부나 외압에서 자유로웠는가, 즉 ‘독립성’을 지키고 입증하는 일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란 평가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심도 숱하게 받아왔다. 특히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이 복지부장관이라는 점에서 정부 영향을 상당히 받을 수밖에 없는 국민연금의 결정을 두고 독립적인 기구가 맞느냐는 의심이 늘 상존해왔다.

원 위원장은 “그동안에는 이사 및 주요 경영진의 문제 이력을 판단할 때 국가나 사법기관의 결정, 즉 기소여부나 공정위 제재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왔다”며 “이제는 상법에서 명시한 ‘전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느냐 같은 정성적인 기준도 함께 고려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주 이익이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라 판단의 부담과 책임이 더욱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책위는 독립적 합의기구지만, 정말로 독립적 기구가 맞느냐는 의심과 비판이 있어왔음을 안다”며 “상법 개정 이후에는 더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국민연금이 기업에 유리하게 판단하면 소액주주들이 의구심을 제기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 기업에서 문제제기할 수 있다. 이런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수책위가 독립적 의사와 합의에 의해 결론을 낸다는 것을 계속해서 증명해나가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상법개정, 코스피 5000 견인하길”...저평가 해소가 국민연금 수익 제고

원 위원장은 상법 개정이 가져올 기업 구조 변화가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상법 개정 영향으로 시장이 더욱 건전해지면 국내 기업들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고, 기업가치 상승이 곧 국민연금의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원 위원장은 “상법 개정이 국내 시장의 오너리스크를 비롯해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효과를 이끌어내서 국내 기업들이 저평가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또 그런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며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주식에 140조를 투자하고 있다. 코스피가 정말로 5000까지 간다면 국민연금이 벌 수 있는 수익은 100조에서 150조 이상을 넘나들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책임투자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법 개정 이후에도 남은 과제들이 있음을 강조했다. 집중투표제 문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여전히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원 위원장은 “주요주주나 지배주주가 아닌데도 이해에 따라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체들이 있고, 이들을 제어하는 데 이번 상법 개정은 유의미하게 도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집중투표제 문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미완의 과제는 남아 있다. 아직 많은 변화가 필요한 만큼, 개선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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