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 제조업체 B사는 매년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하다가 통상임금 판결로 상여금 대신 선물을 주기로 했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추가 시간외 수당이 올라가자 고육지책으로 낸 아이디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판결한 지 100일, 산업현장이 일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건부 상여금이 있는 기업 170여개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 영향 및 대응 긴급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기업의 63.5%는 ‘통상임금 충격이 상당한 부담이 되거나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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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기업은 줄소송 우려를, 중소기업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는 심화하는 상황이다.
실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후 임금 상승률이 어떻게 되느냐를 묻는 질문에 대기업 55.3%는 ‘5% 이상 임금상승’을, 23.1%는 ‘2.5% 이내 상승’한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은 25.0%가 ‘5% 이상 임금상승’을, 43.4%는 ‘2.5% 이내 임금 상승’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자동차 부품 제조중소기업 한 사장은 “법원이 종전 판결에 맞춰 잘 줘왔던 통상임금을 법에 미달한다며 임금체불 기업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요즘 정말 기업 경영할 맛도 안 나고 이렇게 힘들게 경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기업들은 임금인상을 최소화하고 정기상여금을 대체하는 동시에 신규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을 계획 중이다.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32.7%가 ‘임금인상 최소화’라고 답했다. 이어 △정기상여금 축소 또는 대체(24.5%) △시간 외 근로시간 축소(23.9%) △신규인력 줄이는 등 인건비 증가 최소화(18.9%) △통상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성과급 확대(17.0%) 등의 순이었다.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기업도 21.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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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 가장 우려되는 노동시장 현안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47.2%는 ‘최저임금 인상’을 꼽았다. 이어 △중대재해에 대한 법원판결(35.2%) △주4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34.0%) △60세 이상 고용 연장(19.5%) △노조에 경도된 노동입법(19.5%) 순이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글로벌 지형이 바뀌면서 고강도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 중소기업 대표들은 통상임금 컨설팅까지 받고 있는 형국”이라며 “근로조건 결정은 노사합의라는 기본 원칙에 근거해 법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