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곽정식의 전작이 벌레충(蟲)자가 들어간 곤충을 다룬 ‘충선생’이었다면, 이번엔 새와 함께 돌아온 셈이다. 까치, 까마귀, 참새, 비둘기, 닭, 오리 등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부터 칠면조, 타조, 공작 등 외국에서 유입된 새까지 21가지 새에 관한 이야기다.
주구장창 ‘새’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새의 생태적 특징을 소재로, 일상에서 새를 관찰한 사람들의 이야기, 문헌에 등장하는 새의 기록, 새에 관한 전설, 새의 모양을 본뜬 사물, 새를 의인화한 문학작품까지 새를 통한 인생의 통찰을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새를 통해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식이다.
까마귀는 ‘오합지졸’(烏合之卒·까마귀가 모인 것처럼 질서가 없이 모인 병졸)이라는 말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지만, 중국 진(晉)나라의 이밀이 쓴 ‘진정표’(陳情表)에서는 ‘반포지효’(反哺之孝·까마귀 새끼가 자란 후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를 실천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새를 통해 멸종위기 생물의 종 보전이라는 지구적 담론을 꺼내놓는가 하면, 오대양 육대주 새들의 생태와 이동을 현지인들과의 인터뷰에 함께 담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책은 곤충과 조류, 인간이 사실 별개의 존재가 아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생명체이자, 공존하고 있음을 직시하게 만든다.
저자 특유의 섬세한 자연과학적 관찰과 폭넓은 인문학적 묘사로 에세이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를 통한 생명의 존귀함을 동서양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철학을 기반으로 쉽고 편하게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