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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M램(자기저항메모리)을 기반으로 한 ‘인-메모리 컴퓨팅’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기존 컴퓨터는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데이터 연산을 책임지는 중앙처리장치(CPU) 등 프로세서가 별도로 탑재되지만, 이 기술을 통해 메모리반도체만으로 데이터 저장과 데이터 연산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정승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인-메모리 컴퓨팅은 메모리와 연산이 접목된 기술로 기억과 계산이 혼재된 사람의 뇌와 유사한 점이 있다”며 “이번 연구가 향후 실제 뇌를 모방하는 뉴로모픽 기술의 연구 및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SK하이닉스도 연산 기능을 갖춘 프로세스 인 메모리(PI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PIM 역시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와 연산을 담당하는 시스템반도체 간 경계를 허문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다. 두 반도체기업은 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론 등 메모리 후발 주자들도 PIM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만든 HBM-PIM 제품 역시 PIM 기술을 서버·데이터센터의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인 HBM2에 이식한 것이다. 실제 시스템에 탑재할 경우 AI 가속기 성능과 에너지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연구 결과, 자일링스에서 상용화 중인 AI 가속기 시스템 버텍스 울트라스케일+ 알베오에 HBM-PIM을 탑재했을 때 기존 제품 대비 성능은 약 2.5배 높아지고 시스템 에너지는 6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반도체업계에서는 초미세경쟁에 열을 올리면서도 차세대 반도체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공정 단위가 0에 가까워질수록 기술 개발과 그 속도도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기존 메모리반도체 가격에 따른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미래 먹거리를 선점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0년간 반도체업계는 공정 미세화에 주력해왔지만 한계에 다다르며 서로 다른 기능의 칩이나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결합을 통한 성능 향상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코로나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AI, 메타버스 등 다양한 미래기술의 융합이 일어나고 있어 여기에 쓰일 반도체 수요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