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금융 ‘AI 은행원’ 만나다

황병서 기자I 2021.10.04 15:00:00

비대면으로 1분 만에 통장 계설
신한銀, 2곳 지점서 시범 운영…“이달 확대할 예정”

본지 기자가 1일 오전 경기 안양 동안구 소재 신한은행 평촌남지점에서 ‘AI(인공지능)뱅커’와 상담원의 도움을 받아 통장 개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황병서기자)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고객님의 대기 번호가 맞나요. ‘네’ 또는 ‘아니오’라고 말하거나 화면에 있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1일 오전 경기 안양 동안구 소재 신한은행 평촌남지점에서 들린 목소리는 사람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일명 ‘AI(인공지능) 뱅커(은행원)’라고 불린 여성 은행원 모델이 대형 화면에 나오더니 기자에게 이와 같은 대화형의 말로 신원확인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가 통장개설을 하기위해 화상상담 창구에 앉으니 정면 왼쪽상단에 자리한 작은 원형 센서가 움직임을 인지하고 AI 뱅커를 연결해준 것이다. 그간 일부 은행에서 AI와 관련한 체험 전시관을 열고 운영해온 적은 있으나 본격적으로 AI와 디지털을 접목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무인형 점포를 개점한 것은 신한은행이 최초이다.

◇“AI뱅커 신원확인부터 상담원 통장개설까지”…‘단 1분 안에 해결 가능’

기자가 음성으로 “네”라고 대답하자 AI뱅커는 곧바로 인지했다. 이번엔 AI뱅커가 “신분증을 확인하겠다. 오른쪽 투입구에 신분증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운전면허증을 오른쪽 투입구에 넣자 기기가 스캐닝을 하더니 본인확인을 시작했다. 신분증이 투입구로 다시 나온 뒤 대형 모니터 화면에서 AI뱅커는 사라지고 실제 상담원과 연결됐다.

AI뱅커의 신원 확인 이후 비대면을 통한 상담 진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통장개설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분에 불과했다. 기자가 앉은 앞의 작은 화면에 통장 개설과 관련된 계약서 내용 등이 띄워진 뒤 상담원은 설명하고 이용자는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컨대 상담원이 “통장을 타인에게 대여하지 않는다에 예를 눌러주세요”라고 하면 기자가 펜을 들고 ‘예’를 누르는 방식이다. 이후 “성함과 사인 성명해주세요”라고 말한 뒤 펜을 들고 서명을 하자 모든 절차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상담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필수 내용 문자로 넣어드릴 것입니다”를 말하며 주의사항을 설명해줬다. 이후 통장 개설과 관련한 내용을 프린트로 받고 싶다고 말하자 왼쪽상단 작은 구멍에서 프린트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원집 과장은 “고객들에게 인쇄물을 교부해야할 필요가 있을 때 이 같은 식으로 전달해 드리고 있다”며 “그 앞의 스캐너도 있는데 이 경우 등본 같은 경우를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에 위치한 ‘휴대폰 무선 충전’에 휴대폰을 놓으면 충전뿐만 아니라 휴대폰 화면을 모니터에 띄울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이를 통해 각종 신분증을 휴대폰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이용자들이 신분증의 진위 여부를 직접 판단 받고 있는 것이다. 김 과장은 “앱을 화면에 띄우고 이 신분증이 맞는지 등을 체크해 드리고 있다”면서 “휴대폰 사용에 불편함을 겪는 어르신 분들에게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상 상담 창구 옆에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에서도 AI뱅커의 활약은 대단했다. 스마트 키오스크에서 카드 발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뱅커를 통해 신원확인을 하고 상담원과의 비대면 상담 등을 진행하면 된다.

본지 기자가 1일 오전 경기 안양 동안구 소재 신한은행 평촌남지점에서 ‘AI(인공지능)뱅커’와 상담원의 도움을 받아 통장 개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황병서기자)
◇신한은행, AI은행원 2곳 지점 운영…“10월 영업점 확대 계획”

앞서 신한은행이 지난달 28일 경기 안양시 평촌 남지점과 대구 다사지점을 AI 은행원이 배치된 무인형 점포 ‘디지털라운지’로 바꿨다고 발표했다. 국내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금융 소비자 응대와 업무 처리를 AI 뱅커가 맡는 점포를 마련했다. 디지털라운지는 실시간 통화로 직원과 금융상담이 가능한 ‘디지털데스크’와 고객 스스로 계좌 신규, 카드 발급 등 업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로 구성돼 있다.

AI뱅커는 실제 영업점 직원을 모델로 구현한 것으로 영상합성과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가상 직원이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맞이인사 후 고객이 원하는 업무까지 안내한다. AI뱅커는 고객이 얼굴과 손바닥(장정맥)의 생체정보를 디지털 기기에서 간편하게 등록하고 이를 통해 손쉽게 출금, 이체 등 업무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김원집 과장은 “AI 뱅커를 통해 수신업무 등을 진행할 수 있다”며 “종이로 통장을 요구하는 행위만 안 되고 통장 개설, 비밀번호 설정 등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뱅커의 현 역할은 고객의 본인확인을 하게끔 도와주는 것이며, 고객이 비대면을 통해 상담할 수 있게 준비하는 상태로 올려놓는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신한은행은 AI뱅커를 평촌남 지점 등에서 시범 적용한 이후 10월 중 디지털 기기가 배치된 모든 영업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축적된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통해 고객 응대 범위가 본격적으로 확장되면 다양한 수요를 가진 고객에게 보다 쉽고 편안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이는 ‘디지털라운지’는 디지털데스크나 AI뱅커와 같은 휴먼터치에 기반을 둔 디지털 고객경험을 제공하며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유형의 영업점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본지 기자가 1일 오전 경기 안양 동안구 소재 신한은행 평촌남지점에서 ‘AI(인공지능)뱅커’와 상담원의 도움을 받아 통장 개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황병서기자)


본지 기자가 1일 오전 경기 안양 동안구 소재 신한은행 평촌남지점에서 ‘AI(인공지능)뱅커’와 상담원의 도움을 받아 통장 개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황병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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