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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지난 1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KAI가 제작하는 항공기는 대부분 고급 인력의 첨단 기술을 집약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라며 “앞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첨단 제조업 기반인 항공우주 산업 분야에서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항공우주산업의 기반이 항공기 정비와 후속 부품인데 아직 외국에 정비를 보내는 등 외국 기술에 많이 의존한다”라며 “국토교통부가 이달 초순부터 국내 첫 MRO 사업자 실무 검토 중인데 KAI를 선정한다면 항공 부품 국산화를 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MRO 전문업체를 설립하는 사업 시행자를 선정 중이다. 현재로서는 KAI가 이달 중으로 국내 첫 MRO 사업자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KAI는 사업 시행자로 선정되면 경남 사천 본사 옆 부지 약 30만㎡에 MRO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KAI에서 신규 일자리 1000개 이상을 창출할 수 있다.
◇“KAI가 하는 일에는 답이 없다”
김 사장은 이날 체계 결빙(저온 비행에서 기체와 날개 등에 얼음이 발생하는 현상) 논란을 빚은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KUH)을 언급했다. 현재 수리온은 시험비행을 마치고 지난주부터 국방부에 납품됐다. 2018년엔 수리온 헬기 7대가 산림청과 제주소방서, 해경으로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김 사장은 “하물며 수학 문제도 답이 있는데 KAI가 하는 일은 모두 처음이라 답이 없다”라며 “헬기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은 하늘도 땅도 모르는 일이라 실수투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함을 보완한) 수리온을 (미국) 오대호로 보내 체계 결빙이 발생하는지 계속 조사 중”이라면서도 “(체계 결빙) 실험실에서 만족할 결과를 얻었으며 수리온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분식 회계 논란과 관련해 “KAI가 1999년 세 회사를 합쳐서 만들 때 각사 회계 기준을 적용하느라 (이 부분을) 정비하지 못했다”라며 “그동안 관행이나 일부 (회계) 지식 부족으로 회계 처리를 잘못한 부분이 있어서 수정 공시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KAI를 실사했던 삼일회계법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듬해 초쯤 (분식회계 여부를) 결론 낼 예정”이라며 “KAI가 없는 매출을 부풀리거나 원가를 속이는 등 조직적인 부정을 저지른 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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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가 MRO와 함께 역점을 두는 미래 먹거리는 민간 항공기 제작이다. 민간 항공기 사업과 MRO 사업을 전개하면 군수용 외에도 민간 부문 매출액이 늘어날 수 있다. 군수용 항공기 제작 역량을 보유한 KAI는 MRO 역량과 결합해 세계 5위권 종합 방위사업체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사장은 “KAI가 담대하게 진행 중인 사업은 늦어도 2021년까지 새로운 민간용 항공기를 제작하는 것”이라며 “MRO와 민간 항공기까지 제작할 수 있다면 현재 세계 6위인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를 능가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와 보츠와나, 인도네시아 등과 (군수용 항공기) 협상을 진행 중인데 (계약 가능성이) 절반 이상”이라며 “국외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인 KAI가 앞으로 민수용 매출액도 1조 원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KAI는 미국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과 컨소시엄을 맺고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입찰에 참여했다. APT 사업은 미 공군 조종사 훈련기 T-38 중 40년 이상 된 350대를 교체하는 사업이다. APT 입찰 업체 간 가장 큰 변수는 가격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김 사장은 “(입찰 당사자인) 록히드 마틴 요청으로 우리 측에서 얼마까지 원가를 낮출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사장은 진주고와 영남대 행정학과 재학 중이던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김 사장은 20여 년간 감사원에 재직하면서 감사원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때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으며 퇴임후 경남과학기술대 총장도 지냈다. 김 사장은 지난 대선때 문재인 캠프에 몸담은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