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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외식업체, 냉동 소고기 미국산→호주산…'세이프가드' 영향

방성훈 기자I 2017.09.10 11:37:22

세이프가드 이후 美 소고기 가격 전년比 50% 급등
EPA 협정 혜택 받는 호주산 소고기 수요 늘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외식업체들이 미국산 냉동 소고기를 호주산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일본이 지난 달부터 미국산 냉동 소고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도매 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일본은 지난 달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미국산 냉동 소고기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를 기존 38.5%에서 50%로 인상했다. 매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소고기 수입량이 전년 동기대비 17% 이상 늘어나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세이프가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일본이 올해 4~6월 수입한 미국산 냉동 소고기는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9% 많았다.

세이프가드 발동 이후 불고기 등에 사용되는 미국산 냉동 소고기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50% 가량 비싸졌다. 8월 중순에는 도매 가격이 1kg에 800엔 수준으로 6월 말보다 3% 가량 높았다. 이달 들어 가격이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일본 외식업체들은 미국산 냉동 소고기를 호주산으로 바꾸고 있다. 양국 간 경제연대협정(EPA)에 따라 관세 혜택을 받는 호주산 소고기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자가 미국에서 호주로 바뀌었을 뿐 세이프가드의 본래 취지인 일본 내 소고기 생산업자 보호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본산 소고기 가격이 2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차피 해외산 소고기에 의존하는 것이라면 미국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세이프가드 규정을 손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대일 무역적자에 비판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미국산 냉동 소고기는 내년에도 세이프가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수입업자들이 수입 제한 기간이 끝나기 전인 2~3월 수입을 유보하고 관세가 다시 38.5%로 낮아지는 4월 이후 물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이 3개월(4~6월) 수입량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달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 기간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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