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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경계근무를 마친 임모(23) 병장이 수류탄과 총기를 이용해 동료들에게 위해를 가한 것은 지난 21일 오후 8시 15분께. 이 사고로 5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후 임 병장은 개인 화기인 K-2 소총과 탄약 60여발을 휴대한 채 현장에서 도주했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부대 지역에 경계태세 중 하나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것은 이날 밤 10시 12분께의 일이다. 경보 조치가 내려진 시간은 사고가 일어난 지 약 2시간 만이다.
진돗개 경보는 북한의 무장공비가 침투하거나 아군 탈영병이 발생했을 때 내리는 조치다. 가장 낮은 등급인 ‘셋’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하나’가 발령되면 해당 지역 군과 경찰은 수색과 전투에 총동원된다.
또한 사고가 일어난 사실은 30여분 뒤인 밤 10시 40분께야 언론에 공개됐다. 2시간 25분 동안 지역주민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 사고 현장에서 4~5km 떨어진 곳에는 민가가 밀집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군은 임 병장이 민간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민통선을 잇는 차단선을 점령하고 있다. 또한 마을 이장들에게는 주민이 외부에서 이동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사고자를 발견할 시 즉각 신고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시 해야하는 군 당국이 총기소지 탈영병이 발생한 지 2시간 만에 언론에 알린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신속한 보도를 통해 국민들이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대처요령도 발표해야 했을 것으로 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불감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조치가 다소 늦었던 것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야간 도주는 쉽지 않은 데다 해당 부대가 차단작전을 실시했기 때문에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염려는 없다. 연대장급 이상의 지휘관 판단에 따라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