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 법원이 학교폭력으로 동급생이 자살하는데 원인을 제공한 중학생의 소년부 송치 결정에 대한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양형권)는 상습공갈 및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15)군의 가정법원 소년부 송치 결정에 대한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중학생인 이군의 장래를 위해 형사처벌 보다는 교화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했다.
이에 앞서 광주지법 형사3단독 정시선 판사는 지난 4일 이군과 함께 기소된 중학생 3명에 대해 가정법원 소년부 송치를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군 등의 상습적인 학교폭력으로 피해학생이 신체적 고통 뿐만 아니라 굴욕감, 자존감 상실 등 정신적 고통을 상당히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범행의 객관적, 외형적 침해 정도만을 놓고 보면 피해자의 자살을 직접적으로 유발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학교 안에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들이 약육강식의 아노미적 관계를 형성한 데는 이들을 윤리적으로 지도할 의무가 있는 가해학생 부모와 교사, 또 피해상황을 알지 못하고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피해자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가해학생들에게 물어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범죄 행위에 대한 고유의 책임에 상응하는 적정한 응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가해학생들이 장차 개선의 여지가 많은 점으로 미뤄 범죄자의 낙인을 찍는 것 보다는 교화적인 측면에서 보호처분을 받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소년범죄가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고 범죄 연령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에도 지나치게 관대하게 처분함으로써 청소년들의 법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며 학교폭력 주동자인 이군에 대해 항고했다.
검찰은 비록 나이 어린 중학생이고 초범이지만 평소 다수 동급생들을 상대로 학교폭력을 저지른데다 피해자 유족 측의 강력한 엄벌 탄원 등을 고려해 항고했으나 기각됨에 따라 재항고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군 등은 광주가정법원 소년부 판사의 결정에 따라 감호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단·장기 보호관찰, 단·장기 소년원 송치 등 10단계 내에서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보호처분은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
이군 등은 지난해 10월 중순 학교 내에서 동급생 송모(당시 14세)군을 상대로 돈을 빼앗거나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폭행하는 등 상습적인 학교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송군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40분께 광주 북구 모 아파트 17층 복도 난간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