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의 펀드수첩]큰 장이 선다는데..`길목 지키는 법`

최한나 기자I 2011.07.04 10:40:58

하반기 공모주 시장 북적..물량받기 어려운 개인, 펀드로 참여할만
기대치 높이면 안돼..안정적 성향 투자자에게 `딱`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공모주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원래 기업공개(IPO)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활발합니다.

1분기는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작성 및 제출, 정기 주총 등이 숨가쁘게 지나가고 2분기에서야 기업들의 증시 입성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때문입니다. 공모 가격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인 전년도 실적도 3월말에야 확정되고요.

올 하반기에도 어김없이 큰 장이 섭니다. 이미 하이마트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이목을 끌면서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이밖에도 신세계인터내셔널과 LG실트론, CJ헬로비전, 한화건설 등 굵직한 기업 계열사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공모주는 투자 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처음 무대에 올라서는데 관객이 적으면 매우 민망하겠지요. 이 때문에 기업들은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당근을 제공합니다. 너무 높지 않은 수준에서 공모 가격이 결정되도록 본래 가치에 비해 10~30% 정도 할인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공모주에 투자할 경우 이미 상장돼 있는 종목에 투자할 때보다 얼마간의 초과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양종금증권에서 나온 한 보고서를 보면 투자원금을 1억원으로 가정하고 작년 한 해 새로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에 모두 참여했을 경우, 누적 수익률은 10.5%였습니다. 신규 상장한 96개 종목 가운데 스팩(SPAC)을 제외한 75개 종목에 모두 참여했으며, 공모로 받은 주식은 상장 당일 시가에 전량 매도한다는 가정이 적용됐습니다.
 
1억원을 청약할 때마다 전액을 증거금으로 사용하고, 환불금은 즉시 CMA에 예치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수익금은 총 1050만원. 이 보고서를 작성한 원상필 애널리스트는 "공모주가 일반 주식보다 리스크가 낮고 상당수 투자자들이 물량을 많이 받기 위해 가족 명의 등 여러 계좌를 만들어 들어간다는 점에서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청약경쟁률입니다. 공모주 시장도 양극화가 심한 곳 중 하나인데요, 좀 괜찮다 싶은 기업이 공모에 나서면 경쟁률은 순식간에 수백대 일로 치솟습니다. 신청하는 물량보다 훨씬 적은 양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앞에서 가정한 사례에서 75개 종목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395대 1로, 1만주를 신청했을 때 받는 주식은 25주에 불과했습니다.

이럴 때 활용할 만한 수단이 바로 공모주 펀드입니다. 공모주 펀드, 말 그대로 공모주를 담겠다고 만들어진 펀드입니다.

개인 투자자가 직접 공모주를 청약하는 것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유리합니다. 일단 기관 단위로 청약에 들어가기 때문에 받는 물량이 훨씬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공모에 나설 때 개인에 배정하는 물량은 전체의 20% 정도입니다. 나머지 70~80%가 기관 몫입니다. 펀드는 운용사가 내부 수요를 모아 기관 명의로 청약하고, 받은 물량을 펀드에 다시 나눠주는 방식을 씁니다. 개인이 직접 받는 것보다 많이 받아올 수 있겠지요.

청약 증거금을 따로 낼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개인이 공모주를 신청하면 주식매수대금의 일부를 증거금으로 선납해야 합니다. 펀드에 가입하면 이런 불편이 사라집니다.

펀드에 한 번 가입해두면 여러 종목의 공모에 자동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도 괜찮은 점입니다. 시간 쓰고 발품 팔아 이곳저곳 기웃거릴 필요가 없는 것이죠.
 
▲ 출처: 제로인

아참,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공모주 펀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고 해서 오로지 공모주만 담는 펀드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체로 공모주 펀드는 전체 자산의 최대 10% 정도만 공모주에 투자합니다. 나머지는 채권 등 안전자산에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청약할 만한 공모주가 많지 않을 때는 최대 비중인 10%마저도 공모주 아닌 일반 주식으로 채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름은 공모주 펀드지만 실상은 채권혼합형 펀드 정도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 때문에 기대 수익률을 높게 잡으면 안됩니다. 공모주 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입니다. 전문가들은 `정기예금금리+α` 정도를 기대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주에 투자하고 싶으나 직접 청약하는데 부담이 있는 투자자라면 한번쯤 고려할 만합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어느 때보다 공모주 시장이 북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리 가입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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