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악재? 그건 그거고`..정몽구 회장 웃음의 의미는

윤종성 기자I 2010.11.24 09:06:46

예정보다 두시간 빨리 당진 도착.. 임원들과 2시간여 현장투어
종합준공식 때 긴장한 모습과는 사뭇 달라.. 시종일관 밝은 표정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 23일 아침 6시20분. '두두두두두' 멀리서 들려오는 헬리콥터 프로펠러의 굉음에 당진제철소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예정보다 2시간 여 이른 시간에 제철소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회장님 오셨다'는 소식에, 평온했던 당진제철소는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헬기에서 내린 정 회장은 현대제철 임원들을 불러 모아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2시간여 동안 공장을 직접 둘러본 정 회장은 "마지막까지 손님맞이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하라"며, 동행한 임원들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다.

◇ `악재 쌓여있지만 아버지의 꿈에 다가선 것이 기쁘다`?

오전 10시. 2고로 앞은 이미 화입식을 보러 온 내외빈과 임직원 500여명으로 가득 메워졌다. 정 회장과 함께 폴워스 조지 라셀 부사장, 티엠티 요헨 그리세 회장 등이 입장하자, 관중석에선 요란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행사장에 입장하는 정 회장의 모습은 밝아 보였다. 지난 4월 일관제철소 종합준공식 때 긴장감이 역력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현대건설 인수 실패와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등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악재에 풀이 죽어있을 법도 한데, 그 보다는 본인과 아버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꿈에 한발짝 다가선다는 기쁨이 더 앞선 듯 보였다.
▲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제2고로 화입식에 참석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행사 도중 밝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정 회장은 기념사에서 "오늘은 지난 29개월간 현대제철과 관련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제2고로에 최초의 불꽃을 심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드디어 현대제철이 연간 조강생산량 2,000만톤 규모의 세계 10위권 대형 철강사로 발돋움하게 됐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기념사를 마친 정 회장은 직원이 가져온 성화를 직접 1.5m 길이의 봉에 붙인 뒤, 철광석과 석탄 3900t이 들어 있는 높이 110m 고로 송풍구 안으로 밀어넣었다. 고로 안에 불이 지펴지는 모습을 보자, 정 회장은 또 한번 환하게 웃었다.

화입 행사를 마친 정 회장은 빠르게 행사장을 빠져나가, VIP룸으로 이동해 귀빈들을 맞았다. 그와 기자들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현대건설 인수전이 아직 막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정 회장의 심중을 읽고 싶어 했던 기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 회장은 이날 12시께 당진제철소 인근에 마련된 오찬장에서 VIP들과 점심식사를 한 뒤 다시 양재동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제2고로 화입식에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고로 가동을 위한 첫 불씨를 심고 있다



◇ 현대제철, 3고로 준비 중.."후판공장도 증설"

현대제철은 이날 제 2고로의 화입으로 현대제철은 연산 400만t 생산능력의 최신 고로 2기를 갖추게 됐다. 기존 전기로의 조강생산능력 1200만t까지 합치면 현대제철의 조강생산능력은 총 2000만t으로, 조강생산량 기준(2009년)으로 세계 10위권 철강사로 뛰어오른다.

현대제철은 곧장 3고로 준비에 들어갈 방침이다. 우유철 현대제철(004020) 사장은 "현재 3고로 착공을 위한 인허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2015년까지 고로 3기를 짓는다는 계획보다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우 사장은 3고로 착공시기에 대해 "아직 결정짓지 못했다"고 했으나, 업계에선 현대제철이 내년 상반기 중 3고로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3고로를 감안해, 연산 150만t 규모인 후판 공장도 향후 증설할 계획이다.
 
선친의 유지를 이어받아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사를 건설하겠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한 해에 고로 2기 가동과 조강생산능력 800만t 확대라는 유례없는 사건으로 철강사(史)에 한 획을 그은 정 회장이 앞으로 어떤 보폭을 보일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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