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횡포로 연 5억원씩 손해"..청와대에 호소 봇물

안승찬 기자I 2010.07.29 10:00:00

이 대통령, 2000여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 놓고 토론
불공정 하도급 거래, 자금조달, 인력수급 애로 집중논의
"내달까지 관계부처 합동대책 내놓을 것"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원자재 가격은 올랐는데 납품단가가 조정이 안돼 연간 4억, 5억원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어서 거래단절을 무릅쓰고 항의하고 있어요"(A 자동차부품사)

"60일 이내에 납품대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절반밖에 없어요. 기일을 넘어서 지급할 때도 이자를 내는 법이 없습니다. 연말에 지연이자를 지급했다가 다른 통장으로 입금을 요구하는 편법까지 쓰니 말 다했죠."(B 기계부품사)

"생산설비 증설하라고 해서 5억원 들여서 투자했더니 경쟁업체에 발주를 하지 뭡니까. 투자금액을 고스란히 날리게 생겼습니다."(C 전자부품사)

`친서민 코드`로 돌아선 청와대가 중소기업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하도급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2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방향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이날 회의는 지식경제부를 비롯한 6개부처 5개기관이 이달 초 합동으로 11개 산업단지와 56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애로 실태조사 결과와 1466개 중소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매출액과 가동률이 올해 들어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였지만, 설문응답 업체의 50.3%만이 지난해보다 경영상황이 개선되었다고 응답해 체감경기 개선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주 지경부 기업협력과장은 "중소기업들이 매출액이나 가동률은 좋아지고 있지만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대기업의 회복속도와 차이가 있다고 느끼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고충을 겪고 있는 부분은 ▲대기업과의 하도급 거래상의 문제 ▲인력수급 문제 ▲자금조달 등 3가지로 요약됐다.

대기업과의 하도급 거래의 경우 1차 하도급 업체보다는 2차나 3차 업체일수록 불만이 높았고, 범용기술 기업일수록 문제 제기를 많이 했다.

인력 부족 문제는 전반적으로 드러났다. 범용기술 위주의 기업이나 기피 산업 기업들은 기능인력 부족을 호소했고, 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조달 문제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재 구매 등 자금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보증비율 축소 등 보증과 대출심사가 강화돼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업종별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의 상황도 다소 달랐다. 자동차부품 분야는 내수와 수출 호조로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조선과 전자 등 다른 업종은 대체로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 업종 중소기업은 2008년 하반기 이후 대형 조선소의 수주 급감 등에 따라 협력업체의 악영향이 이어지고 있고, 범용부품 공급사가 많은 휴대폰 분야도 상대적으로 회복이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수출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협력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미미해 큰 효과가 없었다.

또 수출기업과 연계된 중소기업보다 건설자재, 의류 등 내수 위주의 업종이 상대적으로 회복속도가 느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경부 측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관련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달까지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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