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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맥밀란은 미국 인기 요리프로그램 '아이언 셰프(Iron Chef)'에 출연해 유명해진 요리사다. 2006년 '그릴(grill)요리의 대가'로 이름 날리던 바비 플레이(Flay)를 꺾으면서 일약 '전국구 스타'가 됐다.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고급 리조트호텔 '생추어리 온 캐멀백 마운틴(Sanctuary on Camelback Mountain)' 총주방장인 그는 오는 15일까지 웨스틴조선과 서울 신사동 그래머시 키친에서 미국 그릴요리의 최신 트렌드를 선보이기 위해 한국에 왔다. 맥밀란을 지난달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뷔페식당 '아리아'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5~6년 사이 갈빗살 인기가 급등했다"고 했다. 갈빗살은 한국에서는 가장 비싸게 팔리지만, 미국에서는 그렇게 선호하는 부위는 아니었다. "'뼈에 붙은 고기가 맛있다(meat is sweetest next to the bone)'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등심이나 안심 같은 구이용 부위 가격이 폭등하면서 요리사들이 그동안 사용 않던 부위를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요리사는 반드시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요."
쇠갈비찜은 맥밀란이 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다 개발한 요리다. 뼈 붙은 갈빗살을 와인과 육수, 각종 향신료에 재워 6시간 이상 끓인 다음 손님에게 내기 직전 살짝 굽는다. "아시아 요리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요즘은 고기 재우는 국물에 오향(五香·five-spice)과 호이신(hoisin) 소스, 생강도 넣지요."
미국 외식업계의 변화는 고기 부위만이 아니었다. 맥밀란은 "테이스팅 메뉴(tasting menu)도 시들해졌다"고 했다. 테이스팅 메뉴란 한 식당이나 요리사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맛을 많게는 수십 접시에 순서대로 맛보는 코스 식사를 말한다. "두세 시간 걸리는 길고 피곤한 식사에 사람들이 지쳤어요. 큼직한 요리를 함께 나눠 먹는 옛날식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죠."
요리하는 방법도 과도한 기교와 가공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맥밀란은 "아시아의 재료와 양념과 요리법을 활용이 더욱 많아졌다"고 했다. 그에게 한국의 시장은 자극 덩어리인 듯했다. "재료가 눈 튀어나올 만큼 다양하더라고요. 채소와 말린 생선이 어찌나 다양하던지! 김치도 배추로 담그는 것만 알았지, 무김치는 몰랐어요. 특히 물김치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그릴 요리의 대가인 플레이를 물리치고 승리를 거머쥔 그에게 스테이크 맛있게 굽는 법을 물었다.
"고기는 두툼할수록 좋겠지만 최소 1인치(2.5㎝)는 되어야죠. 숯을 깔고 석쇠(그릴)에 구우면 가장 좋겠지만, 집에서 프라이팬을 사용한다면 될 수 있으면 두꺼운, 재질은 무쇠(cast iron)를 구하세요."
"불을 가능한 세게 키우고 프라이팬을 올리세요. 프라이팬을 연기가 올라오도록 뜨겁게 달굽니다. 기름은 가능한 적게 두르거나 아예 두르지 마세요. 고기가 타면서 쓴맛을 내니까요. 고기는 최소 30분 전 냉장고에서 꺼내두세요. 고기가 차가우면 익는 속도가 느리고 열기가 속까지 충분히 스며들지 않아요. 소금을 고기 앞뒤로 뿌리고 달군 프라이팬에 올리세요."
"고기는 가능한 건드리지 마세요. 미국에는 '고기가 갈색이면 익는 중이고, 검은색이면 다 된 것'이란 말이 있어요. 겉이 거뭇거뭇 탄 것 같을 때 다 익은 거예요."
맥밀란은 "고기를 '쉬게 하는 것(rest)'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기가 원하는 대로 익었다고 바로 내면 안 됩니다. 고기를 접시나 도마에 얹어 2~3분 쉬게 하세요. 이걸 '레스팅(resting)'이라고 합니다. 굽는 동안 한가운데로 몰린 육즙이 다시 고기 전체로 고루 퍼져 촉촉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어요. 충분히 레스팅 시켰으면 다시 프라이팬에 올려 앞뒤로 살짝 뜨겁게 '불맛'을 먹이면 '완벽한 스테이크'가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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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 맥밀란의 인기 메뉴 '쇠갈비찜'
재료: 뼈 붓은 소 갈빗살 6개(1개 약 230g), 다진 양파 1개, 다진 셀러리 1뭉치, 다진 당근 2개, 레드와인 4컵, 닭육수 2컵, 마늘 6쪽, 타임 4줄기, 통후추 1큰술, 소금·후추·밀가루 약간〈6인분〉
만드는 법: 뼈 붙은 소 갈빗살을 소금과 후추로 간 하고 밀가루를 가볍게 묻힌다. 올리브오일을 두른 프라이팬에 갈빗살을 고루 노릇하게 굽는다. 다진 양파·셀러리·당근과 레드와인, 닭육수, 마늘, 타임, 통후추를 잘 섞어 양념을 만든다. 냄비에 갈빗살을 담고 완전히 잠기지 않을 정도로 양념을 붓고 천천히(약 6시간) 익힌다. 오븐이 있다면 냄비 뚜껑을 덮어 섭씨 160도에서 3시간 익힌다. 간장이나 오향, 생강, 호이신 소스 등을 넣어도 좋다. 달군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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