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우리는 소원 빌러 간다

조선일보 기자I 2009.01.08 11:39:00
[조선일보 제공] '넘어지면 삼 년밖에 못 산다.' 인천 백령도 북포2리에 있는 '삼년고개'는 협박합니다. 발이라도 헛디뎌 넘어지면 수명이 확 준다는 '삼년고개'에서 고꾸라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966년 '문교부'에서 발행한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교과서에 실린 '삼년고개의 전설'이 내놓은 해법을 참고하면 걱정 한시름 덜어낼 수 있겠습니다.

▲ 맘씨 고운 주막 처자‘연이’와 그를 사모한 옆 마을 청년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안동 이천동 석불. 안동 시내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엔“새벽에 석불을 보고 나가야 돈을 많이 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옛날 어느 산골에 사는 한 노인이 장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삼년고개'를 넘다가 넘어졌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아들을 불러 놓고 "어쩜 좋으냐"고 엉엉 울고 며칠 동안 걱정하느라 밥도 안 먹고 앓아 누웠겠지요. 이웃 사는 똘똘한 소년이 문병을 와서는 노인에게 묻습니다. "한 번 넘어져서 3년밖에 못 산다면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 더 넘어지면 되잖아요.

삼십 년, 육십 년, 구십 년으로 수명이 늘어날 테니깐요." 이 말을 들은 노인은 "네 말이 참 그럴듯하다"고 삼년고개로 달려가 데굴데굴 구르며 오래 살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옆집 소년은 한술 더 떠 바위 뒤에 숨어 "삼천갑자동방삭(三千甲子東方朔·18만년 살았다는 중국 전설 속 인물)도 여기서 6만 번 굴러 장수했다"고 속삭였고 이 말을 듣고 기분이 더욱 좋아진 노인은 고개에서 계속 구른 다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난센스 퀴즈' 같다고요. 삶의 문제들이 '공식'으로 풀리지 않으니 패러다임 살짝 바꿔 우회로로 가는 셈 치면 되지 않을까요. 으스스한 처녀 귀신 이야기, 구미호와 이무기가 사람 홀리는 사연…. 전설에서 흔히 떠올리는 스산한 공포는 접어놓는 게 좋겠습니다. '함께 떠나는 이야기 여행' 등을 쓰기 위해 전국 곳곳의 전설을 수집해온 한국교원대 최운식 명예교수는 "전설 속에는 조상들이 경험을 통해 축적한 희망과 용기가 드러나 있다"고 말합니다.

켜켜이 쌓인 지혜가 반짝이는 여행지에서 올해 소원 하나 빌어보고 오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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