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일부 수출 대기업들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잿 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장기 내수 침체로 판로마저 크게 좁아진 탓이다.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황에서 금융권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중기 자금난과 그에 따른 부실 위험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는 중기 대출에 켜진 경고등이 위험 수위에 달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1분기 말 중기 대출 연체율은 2.87%로 2021년 0.70%에 비해 4배 넘게 웃돌았다. 불과 4년 여만의 일이다. 주목할 것은 대출 증가 속도보다 연체액 증가세가 훨씬 가팔랐다는 점이다. 중기 대출 잔액은 2021년 1337조 9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664조 5000억원으로 24.4% 늘었다. 이에 반해 9조 3000억원이었던 연체액은 같은 기간 47조 8000억원으로 5배 넘게 급팽창했다. 경영난으로 신규 자금 조달이 순조롭지 못한 가운데 대출금마저 제때 갚지 못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늘어났다는 계산이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대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올해 1분기 말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29%로 중기 연체율의 약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출 잔액은 대기업이 372조 6000억원으로 중기 대출 잔액의 약 4.5배에 달했다. 대기업들에 비해 대출 규모가 월등히 작은 중기들이 연체율은 10배에 달할 만큼 돈 가뭄에 허덕이며 부실과 싸우고 있음이 숫자로도 확인된 것이다.
반도체 호황 덕에 반짝 고성장을 기대하는 견해도 있지만 정부는 산업의 뿌리를 떠받치는 중기의 현실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극소수 업종의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K자형 불균형 성장에 도취해 산업 전반을 위협할 부작용을 외면해서도 곤란하다. 지금도 전통 제조업 중심의 국가산업단지마다 가동률이 반 토막 난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땡처리’ 수준의 경매가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곳이 허다할 정도다. 정부는 위기를 호소하는 중기의 현실을 직시하고 금융, 세제 등 대책 마련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