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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된 남북노동자축구대회.."교류확대 디딤돌되길"

박철근 기자I 2018.08.11 16:59:45

경기시작 전부터 경기장 주변서 통일 관련 행사 풍성
민간노력처럼 정부도 판문점선언 이행 위한 노력 경주 당부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관람객 평화시대 도래 희망 전해

[이데일리 박철근 손의연 조해영 기자]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이날도 서울월드컵경기장 주변은 35℃가 넘는 폭염을 기록했다. 대회가 오후 4시에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경기장 북문 앞 광장은 발 디딜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대회의 열기는 서울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 출구부터 이어졌다. 형형색색의 조끼를 입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은 생수와 부채를 입장객들에게 나눠줬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은 더운 날씨에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계단에서는 지난 2015년 이후 3년만에, 남한에서는 2007년 이후 11년만에 열리는 노동자축구대회 관람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1일 오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 박철근 기자)
◇경기 전부터 축제 분위기 ‘후끈’

광장 한 켠에서는 통일열차 서포터즈와 평화나비 네트워크, 길벗, 모두의 페미니즘 등이 운영하는 8개 부스가 성황을 이뤘다. 이들은 캘리그라피 체험, 통일 부루마블, 낱말 퀴즈, 인스타그램 포토존 등 관람객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거리 공연을 선보이며 지나가는 시민들의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부스를 운영하는 대학생 권오미(20)씨는 “4.27 판문점 선언이 이번 축구대회처럼 노동자와 시민 교류로 이어질 수 있어 가슴 벅차다”며 “오전 10시부터 나와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재일우호청년단과 ‘겨레하나’의 청년 50명도 경기 전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겨레하나의 송아름(27)씨는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이번이 첫 민간교류라 중요한 의미가 있는 대회”라며 “앞으로 더 많은 민간 교류가 이뤄지면 좋겠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시민들도 자유롭게 남북을 오갈 수 있는 평화의 시대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대회 운영요원으로 참가한 최보린(20)씨는 “평소 축구경기보다 사람도 많고 부스도 붐벼 통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걸 알았다”며 “빠르진 않더라도 차차 남북 관계가 발전하는 걸 지켜볼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임유나(20)씨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현장에서 모두가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남북 대학생들도 앞으로 서로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향후 남북 교류가 이어져 평화통일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1일 오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한 관람객이 시민단체 서울겨레하나가 설치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형판앞에서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사진= 손의연 기자)
◇축구대회 계기로 시민교류 활성화 기대

두 남매를 데리고 경기장을 찾은 한국노총 조합원 고은경(43·여)씨는 “이번 대회가 남북 관계에서 매우 뜻깊은 이벤트라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티켓을 신청했다”며 “아이들이 앞으로 통일에 대해 더 고민하고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함께 온 고씨의 아들 이동규(12)군은 “남북이 함께 축구를 한다는 게 신기하고 경기 결과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엄마 말대로 앞으로 평화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인 이용우(54) 교사도 아들 상목(12)군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았다. 이 씨는 “오랜만의 교류라 기대감을 갖고 왔다”며 “스포츠에서 시작한 남북교류가 시민사회영역까지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앞으로 남북의 청소년, 학생들도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래세대가 서로 만나면서 남북간의 간극을 좁히고 통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정동희(54·여)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경기장을 가득 채운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역사적인 자리에 빠질 수 없어서 집이 경기도 하남시지만 남편을 설득해서 함께 왔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경기가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북민간교류의 신호탄이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소속의 박강두(43), 문병모(51)씨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남문 앞에서 조합원에게 생수와 부채 등을 배부하면서 “10년 전만해도 전교조는 조선교육직업동맹과 자주 교류했지만 지금은 교류가 단절된 상태”라며 “대회 전에 10년 만에 조선교육직업동맹 사람들과 만나 얼굴도 익히고 얘기 나누면서 교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민간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길 바란다”며 “판문점선언에서 두 정상이 상당히 많은 의제를 논의하고 약속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금까지 진전된 게 보이지 않는다고 느낀다. 민간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통일을 위해 교류하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판문점선언 이행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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