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때 최고의 농작물로 꼽혔던 옥수수 대신 대두(soybean)를 경작하는 미국 농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로 인해 농산물 선물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농가 소득과 대형 종자업체 등에게도 후폭풍이 미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옥수수 대신 대두를 키우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올 봄 미국 농가의 대두 경작면적이 2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반면 옥수수 경작지 면적은 지난 2012년을 정점으로 3년 연속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오는 31일 농가 서베이를 통해 올해 주요 농작물 경작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인데, 이에 앞서 애널리스트들은 옥수수가 올해 경작면적이 2% 줄어든 8870만에이커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대두 경작면적은 3% 추가로 늘어난 8590만에어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경작 작물 변화는 옥수수 가격 하락폭이 워낙 컸던데 따른 것이다. 또 대두의 경우 씨앗 가격이 싸고 비료를 덜 써도 된다는 점에서 경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미국 농가 대부분이 언제든 옥수수를 대두로 바꿔 경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이런 변화에 한 몫하고 있다.
인디애나주(州)에서 농작물을 경작하는 델 엉거씨도 올봄 옥수수 재배면적을 6500에어커로 줄이는 대신 대두 경작지를 두 배 늘릴 계획이다. “결국 경제적 이유”라고 설명한 그는 “옥수수 가격 하락으로 키워봐야 적자를 내겠지만, 그나마 대두로 바꾸면 손익 분기점이 맞거나 흑자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물 사료부터 샐러드 드레싱까지 고루 쓰이긴 하지만, 대두 경작을 늘릴 경우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실제 대두 선물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고 헤지펀드들도 대두에 대해 순매도 포지션을 쌓고 있다. 이같은 경작지 확대가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는 증거다.
스티브 드쿡 포시즌스 커머디티즈 대표는 “지난 2년간 28% 하락한데 이어 올들어서도 5% 추가 하락중인 대두 선물가격은 앞으로도 더 내려갈 것”이라며 “이미 가격 지지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말 부셸당 9.6725달러를 기록한 대두 선물 가격이 올 하반기에 9달러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초 향후 6개월내 대두 가격 전망치를 부셸당 8.75달러까지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 농가 소득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Q)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농산물가격지수는 1% 하락해 지난 2010년 7월 이후 4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농가 소득도 작년보다 3분의 1이나 급감해 2009년 이래 6년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아울러 옥수수 재배 축소는 옥수수로부터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몬산토와 듀폰 등 미국 메이저 종자업체들의 경영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듀폰은 올해 이익 전망치를 월가 전망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