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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눈]본격적 실적 장세에 진입하려면…

김대웅 기자I 2013.10.10 09:30:00
[이상재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장] 올 들어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와 경기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전개됐던 유동성 장세는 5월을 기점으로 종료됐다. 버냉키 연준의장이 연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반전됐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성과를 보인 탓에 유동성 장세가 전개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글로벌 증시는 분명 뉴욕과 유럽, 아시아 등 주요 권역의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유동성 장세의 화려한 피날레 국면을 만끽해 왔다.

이제 주식시장의 관심은 언제 본격적인 실적 장세에 진입할 것인가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난 2003년 3월부터 2007년 말까지 진행된 유동성 장세와 실적 장세 전개 흐름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대세상승 국면에서 글로벌 증시는 2003년 3월에서 2004년 4월까지 강력한 유동성 장세를 전개한 후, 2004년 9월부터 2007년 말까지 4년 가까이 화려한 실적 장세를 전개한 바 있다. 2004년 4월부터 8월에는 마치 올 여름처럼 실적 장세 진입을 타진하기 위한 과도국면에서의 조정이 있었다.

올 가을 이후 글로벌 증시가 본격적으로 실적 장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이 온건하게 진행되며 완만한 장기 시장금리의 상승 가능성이 확인돼야 한다. 지난 2004년에도 당시 미 연준의장이 6월과 8월 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25bp씩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 기조가 확인되면서 이 조건이 충족된 바 있다.

다음으로, 글로벌 경제의 회복이 확인돼야 한다. 2004년에는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투자라는 글로벌 경제의 양대 성장동력을 바탕으로 세계경제가 4년 동안에 걸쳐 연평균 5%에 육박하는 강력한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올 가을 아직 과도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증시여건을 이러한 기준으로 진단하면, 연말과 내년에 실적 장세에 진입할 가능성이 유효해 보인다.

첫째, 미 연준이 연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더라도 최소한 공격적 긴축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9월 미 FOMC 회의 성명과 버냉키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경기회복 정도를 상회하는 대규모 자산매입 축소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또 올 연말과 내년 글로벌 경제가 미국경제 주도 하에 유로존과 중국경제의 회복이 가세하며 완만한 경기회복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연말 미국 소비경기의 부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주택 및 주식시장 강세에 따른 긍정적 자산효과와 점진적 고용회복에 의한 임금소득 증가가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경제가 침체로 반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경제의 회복은 유로존과 중국의 대미수출 증가를 통해 글로벌 경기회복의 확산으로 연결될 것이다.

글로벌 증시가 실적장세에 진입하기 앞서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미국 정치권이 내년 회계연도 예산안 및 정부부채 한도 확대에 실패할 경우 11월 초 미 국채의 디폴트라는 엄청한 충격 가능성이 대기하고 있다.

만일 미국 정치권이 이를 합의하지 못해 디폴트 우려가 확산되면 금융시장 충격과 이로 인한 경제주체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며 실적 장세의 조건 중의 하나인 경기회복이 무산될 수 있다. 2011년 8월과 같은 극단적 충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적장세 도래를 예단하기에 앞서 마지막 관문의 극복 여부를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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