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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스탠더드앤푸어스(S&P)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전격 하향 조정했다.
향후 2년이라는 국가신용등급 강등 시한이 주어진 만큼 실제 강등 예고라기보다는 재정 개혁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정치권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특히 지난 2009년 재정적자 악화라는 같은 이유로 S&P로부터 등급전망 하향 조치를 받았던 영국이 재정 개혁안을 내놓고 17개월만에 전망을 회복했던 만큼 향후 미 의회내 재정 개혁 논의가 주목된다.
◇ 美 재정적자 심각하다
이날 미국의 등급전망을 낮춘 S&P는 미국 재정적자 규모가 다른 `AAA`등급 국가들에 비해 매우 크고, 정부 부채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에서 움직이다 2009년에는 11% 이상으로 치솟았다.
S&P는 미국의 연간 실질 성장률이 3%에 근접한다고 가정할 때 재정적자는 점진적으로 감소하겠지만, 2013년 GDP 대비 지정적자 비율은 6%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최악의 경우 9.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에 GDP대비 65%였던 미국정부 순부채도 2013년 84%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같은 `AAA`등급 국가들 중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은 미국보다 순부채 비율이 높지만 이미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했고 캐나다의 경우 정부부채가 GDP의 34%에 불과하다.
◇ 등급 강등? "정치권 경고"
이런 심각한 상황인데도 미국 정치권에서는 재정 개혁안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년간 4조달러 재정적자를 줄이는 중기 재정계획을 발표했다. 미 하원도 10년간 4조4000달러 적자를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실제 니콜라 G. 스완 S&P 애널리스트도 등급전망 하향과 관련, "재정위기가 시작된지 2년이 지나도록 미국 정책 결정자들은 여전히 재정 악화를 반전시키거나 장기적 재정압력을 해결하는 데 합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S&P의 조치는 정치권에 재정 개혁안 합의를 촉구하는 일종의 경고로 읽힌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도 "앞으로 2년 정도 시한이 남아 있는 만큼 이번 조치는 미국 재정상황에 대한 비관적 판단이라기보다는 미국 정치권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 성격"이라고 풀이했다. 결국 미국의 중장기 재정수지와 국가부채 개혁안이 여야간의 초당적 합의를 통해 수립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2009~2010년 영국의 기억
특히 이번 미국의 등급전망 하향은 영국이 정확하게 같은 이유로 S&P사로부터 전망 하향 조치를 받은지 1년 11개월만이다. 영국은 지난 2009년 5월에 S&P로부터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받았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GDP대비 국가부채 비중을 100%로 맞추기 위해 긴축안을 마련하고 포괄적 예산지출 검토를 통해 2007~2009년새 악화된 공공자금 조달구조를 풀어 나갔다. 특히 새로운 영국 연립정부가 2010년 6월에 긴급예산을 편성했고 S&P는 4개월 뒤인 10월에 영국에게 `안정적` 전망을 회복시켜 줬다. 전망이 하향 조정된 뒤 17개월만의 일이었다.
물론 미국은 최근 2년간 중기 재정 개혁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내년 11월에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도 크지만, 이런 영국의 극복 노력이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S&P는 지난 1989년 이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174개 국가들 가운데 2년내에 101개국 등급을 실제로 강등했다. 평균적으로 강등까지는 6개월 정도 소요됐다. 반면 `안정적`으로 전망이 돌아온 국가들은 평균 15개월이 걸렸다.
◇ "美 등급강등 없을 것"
이런 점을 종합할 때 미국에서의 실제 재정위기 가능성은 높지 않고 또한 국가신용등급 자체가 강등되는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상재 부장은 "세계경제의 가장 치명적 불안요인인 미국의 재정위기 가능성이라는 역린을 건들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적인 신용등급 강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해 세계경제에 체계적 위험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 스티븐 워팅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번 조치는 어느정도 미국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필요한 의회내 합의라는 정치적 고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특히 이번 전망 하향이 예상보다 빠른 타이밍에 이뤄짐으로써 미국내 재정위기 가능성이 오히려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