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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당신의 신앙입니까 도구입니까

경향닷컴 기자I 2009.08.21 12:05:00

‘독’

[경향닷컴 제공] 신은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까.

종교를 소재로 한 한국 공포영화 2편이 잇달아 개봉했습니다. 오른쪽 지면에 감독 인터뷰가 실린 <불신지옥>과 이 칼럼을 통해 소개하려는 <독>(사진)입니다. 소재뿐 아니라 두 편 모두 부끄럽지 않게 권할 만한 완성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독>은 일부 잘못된 신앙인에 대해 비판을 하는 영화지만, 놀랍게도 감독의 취지를 이해한 한 교회의 협조를 받아 촬영됐다고 합니다.

<독>의 중심에는 부모가 남긴 시골의 재산을 처분하고 서울의 아파트로 이사온 3인 가족이 있습니다. 남편 형국은 부도위기의 공장을 인수해 사장이 됐습니다. 아내 영애는 만삭이고, 둘 사이엔 어린 딸 미애가 있습니다.


친절해 보이는 이웃의 장로 부부가 형국 가족에게 접근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종교엔 전혀 관심이 없는 세속적인 인간처럼 보이던 형국은 장로 부부의 전도에 이끌려 교회에 나갑니다. 그러나 미애가 차츰 이상한 행동을 하고, 영애의 몸은 쇠약해집니다. 가족에겐 위기가 찾아옵니다.

예배에 임한 형국의 표정은 독실한 신앙인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는 식전기도 때마다 가족의 ‘건강’과 ‘재산’을 기원합니다. 마침 사업체도 그럭저럭 번창합니다. 아마 형국에게 교회란 ‘행복한 서울 중산층’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마음의 보험’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한국에서 기복(祈福)은 기독교뿐 아니라 여러 종교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처럼 여겨집니다. 대학 입시철마다 전국의 수많은 사찰을 가득 채운 어머니들의 행렬을 보세요. 손과 발이 닳도록 자식의 합격을 기원하는 그 모습에는 제3자의 가슴까지 뭉클해집니다.

하지만 조금만 삐딱한 시선을 던져보면, 기복 신앙은 신앙이 아니라 인간 자만심의 발로가 아닐까 합니다. 신은 자기 목적적인 존재입니다. 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은 신의 섭리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인간에겐 때론 신의 축복이, 때론 분노가 내리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인간은 끝내 알지 못합니다.

<독>의 장권사는 조금씩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드는 형국에게 말합니다. “하나님 아버지는 아무런 이유 없이 고통을 주지 않아요.” 잘 나갈 때는 신을 찬양하다가 어려워지자 금세 신에게 눈을 흘기는 형국에 대한 장권사의 비판은 타당합니다. 하지만 신비한 영적 능력을 가진 것으로 소문난 장권사조차 신의 권위를 빌려 인간의 오만을 행합니다.

신의 뜻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인간이라면, 다른 인간의 마음인들 두려워하겠습니까. <독>의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파국의 음험한 골짜기로 걸어들어갑니다. 통상 주인공이 파멸하는 결말에선 슬픔이 배어나오게 마련이지만, 그토록 오만방자한 인간에겐 일말의 동정심조차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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