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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이 보고픈 나의 정원… 엊저녁과 오늘밤의 불과 예닐곱 시간에 30여 매를 넘게 원고지의 공간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의 공로가 아닌가 싶다. 아니라면… 나를 떠나보내던 동대문 네거리에서 쓸쓸히 보였던 당신의 그 표정 때문인지도 모른다.”(소설가 박범신씨→부인 황정원씨ㆍ197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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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학관이 2003년 열었던 ‘문인 교신전’이 작고 작가의 편지를 위주로 한 행사였다면, 이번 전시회는 생존 작가의 편지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전시작 수도 대폭 늘렸다.
김동리, 김원일, 박경리, 박완서, 윤후명, 이제하씨 등 40여 명의 소설가, 고은, 박목월, 오세영, 오탁번, 천상병, 황지우씨 등 80여 명의 시인과 아동문학가, 극작가, 수필가, 평론가 등 문인들의 편지와 함께 화가 방혜자, 천경자씨, 음악인 장영주, 장사익씨 등의 서간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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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편지로는 시인 김남조씨, 소설가 손장순씨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서정주 시인의 아들 승해씨가 부모님께 보낸 편지 등이 있다. 특히 손씨의 편지는 “너보다 앞서간 윤진은 불효하고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려무나”라며 손녀의 죽음에 상심한 아들을 위로하는 내용이어서 애틋하다.
엽서ㆍ연하장 코너에선 손바닥만한 상투적 지면을 돋보이게 만드는 작가들의 미적 감각을 만끽할 수 있다. 김지하 시인은 매화 그림을 곁들인 날렵한 붓글씨로 받는이의 새해를 축하했고, 황지우 시인은 은사를 위해 갱지에 물감을 칠해 손수 꾸민 연하장을 마련했다. 아울러 백남준씨가 문학평론가 이어령씨의 환갑을 축하하며 보낸 그림 엽서, 수필가 전혜린씨의 엽서 편지, 건축가 김수근씨의 마지막 연하장 등 희귀한 자료도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엔 시인이자 무용평론가 김영태씨가 지난달 작고하기 전 문학관 측에 기증한 수신 편지가 따로 진열된다. <25시>를 쓴 루마니아 소설가 버질 게오르규,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이 한국의 글벗에게 보낸 편지도 관심을 끄는 전시물이다.
강인숙 관장은 “편지는 수신자 혼자서만 읽는 최고의 호사스러운 문학작품”이라며 “이전 전시회에 비해 밀도있는 사연을 담은 편지들을 선별했기 때문에 문학적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02)379-3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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