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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로 떠나자]③인제

스포츠월드 기자I 2006.08.25 12:17:00
[스포츠월드 제공] 인제읍내로 드는 거리에는 플랭카드가 줄줄이 걸려 있다. 이번 수해에 자원봉사활동을 해준 국민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플랭카드다. 또 각계각층에서 수재민에게 보내는 격려의 문구를 담고 있다.

인제는 이번 집중호우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곳 가운데 하나다. 중앙재해대책본부에서 잠정집계한 피해액은 약 6500억원. 재산 피해 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도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공식집계된 인명 피해는 사망 17명, 실종 12명이다. 실종자 수색작업은 인제읍에서 반경 80㎞까지 확대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수해의 아픔은 군청 1층 로비와 3층 복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현장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사진들은 수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군청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인제군의 피해상황을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인제군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가 집중된 곳은 설악산 남부 일대다. 원통에서 한계령으로 가는 44번 국도 주변의 한계리와 내린천에서 필례약수로 가는 하추리 계곡, 인제읍 덕산리 일원이 주요 피해지역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지역은 응급복구작업이 마무리 됐다. 다만 한계령을 넘어가는 44번 국도의 경우 양양쪽의 피해가 커 도로가 개통되지 않고 있다. 또 피해상황이 심각한 지역은 지금도 중장비가 투입돼 복구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수해로 인제군민들이 입은 심리적인 타격도 만만치 않다. 인제군의 관광자원은 대부분 계곡을 따라 몰려 있다. 따라서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이 펜션과 음식점을 휩쓸고 갔다. 인제군 관계자에 따르면 수해가 계곡을 따라 집중되면서 펜션 자리로 인기가 높았던 계곡가의 땅값이 급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여름철 인제군의 관광수입은 내린천 래프팅이 가장 많고, 숙박과 음식이 그 뒤를 잇는다. 그러나 래프팅은 7월 중순부터 한달간 개점 휴업상태였다. 한해 평균 15만명에 달하던 래프팅객이 올해는 3만명 남짓에 그쳤다. 인제군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은 내린천 레포츠축제도 축제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쏟아진 폭우로 취소되고 말았다. 또 내린천과 진동계곡, 필례약수 주변의 펜션들은 여름 내내 파리만 날렸다.

집중호우가 내린 후 수해지역으로 여행가자는 메스컴의 보도가 잇따랐다. 내린천에서 래프팅이 다시 시작됐다는 영상 뉴스가 며칠 전파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관광객의 방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들과 수해에 시름겨워하는 수재민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인제의 상징이 된 내린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


시원한 계류 위에 걸린 방태산 자연 휴양림의 나무다리.

그러나 인제군은 응급복구가 마무리된 만큼 이제 관광을 와도 좋다고 말한다. 특히 수해가 몇몇 곳에 집중되어 다른 지역은 여행하기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내린천에는 다시 래프팅 행렬이 이어지기 시작됐다. 또 인제읍 합강정 앞에 마련된 번지점프장과 아르고(전천후 수륙양용차), 슬링샷(역 번지점프) 등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응봉산에 조성한 MTB코스의 경우 보수작업이 필요한 상태다.

특히 내린천 상류인 진동계곡과 미산계곡은 수해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 진동계곡은 방태산자연휴양림을 비롯해 방동약수 등이 있다. 진동계곡의 끝, 점봉산 일대는 국내 최대의 원시림 지대로 가을의 단풍숲이 장관이다. 미산계곡은 홍천군 내면 창촌까지 이어지는 계곡 드라이브 코스가 압권이다. 곳곳에 아름다운 펜션이 자리하고 있고, 플라이낚시나 견지낚시를 할 수 있는 포인트도 많다.

인제라는 이름 앞에는 ‘하늘내린 인제’라는 문구가 따라 붙는다. 인제의 산천이 그만큼 아름답다는 표현이다. 인제가 다시 ‘하늘내린 인제’가 되도록 도와주는 일, 여행이 그 답이다. 인제군청 (033)461-2122

●레포츠 천국 인제

녹음 짙은 산을 내품에 안는다



전투기 조종사들의 비상탈출을 응용해 만든 슬링샷.

‘마음껏 도전하라.’

모험 마니아들에게 인제는 ‘레포츠의 천국’으로 통한다. 2001년 국내 최대 높이의 번지점프대를 합강정 앞에 만든 것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레포츠 시설을 추가했다.

비행시설로는 슬링샷과 플라잉폭스가 만들어졌고, 오프로드 마니아를 위해서 ATV(4륜오토바이)를 비롯해 아르고(수륙양용차) 체험장이 들어섰다.

번지점프대의 높이는 63m. 국내 최대 높이로 22층 빌딩 높이다. 번지타워는 호주 리닝타워를 본떠 60도의 각도로 만들었다. 일직선의 타워보다 올라갈 때 긴장감이 더 크다. 번지타워에 오르면 인북천과 녹음 짙은 산이 한눈에 든다.

점프는 번지 코드를 발목에 묶는 앵클점프와 허리에 묶는 보디점프 두 가지가 있다. 짜릿한 쾌감은 앵클점프가 더 하다. 앵클점프 4만원, 보디점프 3만5000원.

슬링샷은 전투기 조중사들의 비상 탈출을 응용해 만든 놀이기구. 둥그런 탑승물에 앉아 있으면 순간적으로 하늘로 쏘아 올린다. 최대 상승 높이는 45m. 탑승물은 초속 40m 이상의 속도로 솟구친다.

최고 정점까지 1초가 채 안 걸리는 시간이다. 쏘아올려진 탑승물은 자체적으로 회전하며 낙하와 상승을 반복한다. 2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1인 2만원이다. X게임리조트(www.injejump.co.kr·033462-5217)


물과 험로, 정글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수륙양용차 ‘아르고’.

올 2월 인제 빙어축제 때 국내에 첫선을 보인 수륙양용차 아르고의 별명은 ‘탱크’ 다. 물과 정글, 험로를 가리지 않고 달린다. 노련한 가이드가 시속 40㎞ 이상의 속도로 달리다 급회전을 하면 몸이 차체 밖으로 튕겨져 나갈 만큼 강렬한 충격이 온다. 최대 등판각도는 70도. 지름 10㎝ 이하 나무라면 그대로 밀고 나간다. 아르고는 4인승과 6인승 두 종류가 있다. 4인승은 바퀴가 6개, 6인승은 8개다.

아르고와 ATV(4륜 오토바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도하에 있다. ATV는 차체가 물에 잠기면 갈 수 없다. 그러나 아르고는 배처럼 둥둥 떠 간다. 몸체가 부력을 받을 수 있는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 바퀴가 회전을 하면서 프로펠러 역활을 해 수심에 관계없이 강이나 호수를 건너다닐 수 있다. 아르고는 이번 수해에도 실종자 수색에서 큰 역할을 했다. 엄청난 쓰레기로 스크류가 걸려 보트는 갈 수 없는 소양호를 누비벼 실종자 수색을 했다.

아르고 탑승체험은 15∼20분, 가격은 1인 기준 1만5000원. 래프팅과 아르고 패키지는 3만원이다. 아르고체험센터(www.8wd.co.kr·033-463-4472)

●박삼래 인제군수 인터뷰

인제군청에서 만난 박삼래 인제군수(사진)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달이 넘는 수해복구작업을 진두지휘하느라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군수는 수재민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 뿐이다. 수해가 나자마자 군수 관사를 수재민들에게 제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응급복구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지만 아직도 12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을 찾아 편한 자리에 모셔야 이번 수해복구가 마무리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 군수는 이번 수해가 인제군 유사 이래 최대의 피해였다고 말한다. 가옥과 사람들이 흙탕물에 쓸려내려가고, 곳곳에서 고립된 사람들이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박 군수는 또 피해규모가 6500억원이지만 실재 복구에는 1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것은 국민들이 보낸 온정의 손길이었다.

“인제군이 보름 만에 응급복구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4000여대의 중장비와 연인원 5만여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돼 신속하게 피해지역을 복구해 나갔습니다. 여기에 국민들이 보내준 생필품을 비롯한 구호물자는 시름에 잠긴 수재민들에게는 큰 힘이 됐습니다.”

박 군수는 특히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 군수에 따르면 수해 이후에 인제로 자원봉사를 온 사람들은 7만여명에 달했다. 지금도 2만여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맞춤형 봉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자원봉사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적절히 인력을 배치해 수해 복구에 큰 성과를 거뒀다.

박 군수는 도움의 손길을 건넨 국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이제는 국민 여러분들이 미안한 마음을 거두어도 좋습니다. 복구는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국민들께서는 인제에서 편히 쉬고 놀다가십시요. 그것이 ‘하늘내린 인제’가 성원해준 국민여러분께 보답할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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