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철강수출, 4년3개월만에 최대 하락폭
내년 유럽 TRQ 시행시 수출 역성장 우려도
K스틸법 한계 명확 "획기적 인센티브 필요"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글로벌 수요 둔화, 고관세 폭탄, 탄수중립 규제라는 삼중고를 겪는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발(發) 50% 관세 충격 여파로 국내 철강의 최다 수출국인 미국향(向) 물량이 대폭 줄어든데다 유럽시장마저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대체할 강화된 저율할당관세(TRQ)를 예고해 내년 수출 역성장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 지난 8월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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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1월 국내 철강 수출량은 210만520톤(t)으로 지난해 같은 달(246만8894t)과 비교해 14.9%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9월(-19.1%) 이후 4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철강 수출 물량이 급감한 것은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고관세 조치에 따른 여파다. 실제로 대미 철강 수출량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25%를 발효한 올해 3월 이후 6월까지 20만t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6월 관세가 50%로 인상된 이후 7월 18만8172t으로 전달에 비해 5만t이나 뚝 떨어진 이후 △8월 15만4164t △9월 18만1477t △10월 19만3926t △11월 18만9788t으로 5개월 연속 20만t을 하회했다.
미국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50% 고관세 조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철강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내년도 추가적인 물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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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에 대항해 자국 철강산업 보호와 공급망 안보를 위해 TRQ 제도 도입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기존 수입 쿼터가 47% 축소(3053만t→1830만t)됨과 동시에 쿼터 초과 물량에 대해선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를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 입장에선 단일 국가기준 최다 철강 수출국에 이어 전체 수출물량이 가장 많은 유럽지역마저 자물쇠를 걸어 잠궈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을 대체하기 위해 중동,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 물량을 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위기인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해 K스틸법(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했지만, 실질적으로 정책 효과를 거두기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특별법으로 갈수록 강화되는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에 대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자율적인 설비규모 조정과 저탄소 ·녹색철강 기술 개발 유도 등 국내 철강사들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대규모 금융지원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산업 체력 보강을 위한 안전판 역할을 가능할 수 있지만 당장에 급한 관세 충격에 따른 조치와 저탄소 철강 지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에는 미흡해 보인다”고 말했다.
 | | 포스코 광양제철소 2연주공장 연주공정에서 반제품이 생산되고 있다.(사진=포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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