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동안 미국에 약 720억달러어치 상품을 수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대중 관세를 부과하기 전인 2017년 이후 70% 가량 증가한 규모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수출도 관세 부과 전보다 35% 증가한 연간 35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만은 미국산 원유, 기계, 자동차 수입을 특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만은 미국 교역 상대국들 중 영국 다음, 그리고 베트남에 앞선 8위 국가로 부상했다.
이처럼 양국 간 교역이 급증한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지속하기 위해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부과해 온 25% 고율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많은 근로자들이 재택 근무를 하게 되면서 개인용 컴퓨터, 전자 장비 및 반도체에 대한 막대한 수요가 대만의 대미 수출을 끌어올렸다는 진단이다.
WSJ은 “대만을 자국 영토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의 반대에도 미국과 대만이 공식적으로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양국 간 파트너십이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은 미국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대표 국가로, 대미 수출 급증은 많은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 칩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려고 중국 생산기지를 대만으로 옮기는 기업들도 생겨났다. 대만 정부도 자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공장 용지, 건설 비용, 신규 직원 채용 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베스트 타이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중국에서 대만으로 돌아온 기업이 243개에 달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전자제품 관련 회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대만 정부는 복귀 기업에 공장 이전 비용 지원금 등으로 300억달러 이상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대표 유통업체인 홈디포, 로우스 등에 건설 패스너 및 금속 하드웨어 등을 납품하는 대만 기업 JC 그랜드는 지난 20년 동안 제품의 약 절반을 중국 저장성에서 생산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이후 대만 생산을 크게 늘렸으며, 특히 대미 수출 물량은 거의 대만에서 나오고 있다.
|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선임연구원은 “몇 년 걸리겠지만 반도체 칩 생산에 있어 대만의 역할은 앞으로 미국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대만은 (중국 견제 등과 관련해) 그 자체로 중요하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실질적인 방식으로 양국 간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만 정부는 중국의 잠재적 침략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과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만은 차이잉원 총통 취임 이후 미국과의 FTA 체결을 적극 모색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 5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과 공식 회담을 개최하고 이후 직접 협상을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