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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법률칼럼]디지털성범죄, 피해영상 삭제 전문인력 확대부터

이종일 기자I 2020.04.25 12:03:00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부족
사진·영상물 유포 급속도로 진행
지원센터, 피해영상 삭제 인력 부족
취지 맞게 하려면 전문인력 늘려야

이데일리는 새해 들어 ‘인천 법률칼럼’을 연재합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칼럼을 통해 유용한 법률상식, 변호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일상의 잔잔한 감동을 독자와 나눕니다.[편집자 주]

김은영 변호사.


[김은영 변호사] 최근 들어 부각되는 이슈는 코로나19, n번방 등 두 가지인 것 같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엄청난 정보의 발전으로 우리는 많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부작용들이 생겨났는데 그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범죄 방식의 다양화이다.

여러 곳에서 보도되는 뉴스나 각종 인터넷 게시판의 여론에서는 n번방과 같은 성착취 음란물을 제작하고 공유한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지 정작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과연 무엇일까.

일반적인 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은 자신이 입은 범죄사실을 알리고 가해자들의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인 고소의 권리가 있다. 이 형사고소는 단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지 그 외 직접·간접적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보상은 받기 어렵다. 예전에는 민사소송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의도와 관련 없는 범죄로 인해 피해를 본 것도 억울한데 그 보상을 받는 것조차 번거롭고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해결하고자 우리나라에서는 ‘형사배상명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따로 민사소송을 진행하지 않아도 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 중에 자신이 입은 손해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많은 피해자들이 조금 더 쉽게 구제받을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성관련 범죄’의 경우 피해자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시행하는 등 피해자 지원 제도들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보의 발전은 인터넷과 각종 영상매체들을 발전시켰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방식의 범죄들이 발생하게 되어 이런 제도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다. 이번 n번방과 같은 디지털성범죄의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불법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이 경우 피해자들의 사진이나 영상들은 계속적으로 다른 곳으로 유포되기 때문에 현재의 정신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장래에도 끊임 없이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은 지금의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치료가 우선이 아니라 이미 유포된 사진이나 영상물들을 삭제하여 추가로 자신의 벗겨진 모습을 보는 사람이 없도록 방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 일반 범죄들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최근 ‘디지털장의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상에 퍼진 여러 가지 자료들을 삭제해주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그 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에 유포된 사진이나 영상물 삭제를 피해자 개인이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점에 관해서는 예전부터 문제제기가 되어 왔고 특히 피해자국선변호사제도가 시행되면서 현장에 뛰어든 피해자국선변호사들이 끊임없이 그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했다. 수년간에 걸친 논의와 연구 끝에 드디어 여성가족부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발족시켰고 이곳에서 피해상담·수사절차에 있어 도움뿐 아니라 피해영상 삭제의 지원을 도울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제도로 인해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의 피해가 모두 보상될 수 있었을까.

여성가족부는 2019년 9만여건이 넘는 피해영상 삭제 지원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수치만을 본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삭제 지원을 담당하는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들이 끊임 없이 있었다. 인터넷은 전파력이 매우 높아 하루만 늦춰져도 삭제할 곳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피해발생 직후 신속하게 삭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한 n번방과 같은 사안이 발생한 현재는 기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와 피해자국선변호사들이 노력하여 만든 제도를 그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게 피해영상 삭제 지원에 관한 전문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은영 변호사 이력

△인천가정법원 소년국선보조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인천지부 감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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