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신비의 도로', 실젠 내리막길인데 오르막길로 보이는 착시 현상
망막엔 물체 상 맺히지 않는 맹점도 존재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 위 그림에서는 실제는 같지만 위가 더 길어보이고 아래는 상대적으로 더 짧아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난다. 그림=홍성현 과학커뮤니케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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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 1981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간 한 부부가 사진을 찍기 위해 택시에서 잠시 내렸다. 그런데 그 순간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세워둔 차가 갑자기 언덕 위로 올라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이 곳은 도깨비 도로로 알려지면서 제주도의 또 다른 관광 명소가 됐다. 제주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신비의 도로’로 불리는 이 도로는 보기엔 오르막길인데 실제는 경사 3도 정도의 내리막길이다. 주변 지형으로 인해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 뿐이다.
착시(錯視·optical illusion)란 사물의 크기, 모양, 방향, 색깔 등이 조건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현상이다. 이런 착시 현상은 실생활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령 옷을 입을 때 세로 줄무늬가 있는 옷을 입을 경우 그 옷을 입은 사람은 키가 더 크고 슬림해 보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수직선이 눈을 위아래로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로 줄무늬는 옆으로 퍼져 보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르게 보이는 것을 넘어 우리 눈의 망막에는 시세포가 존재하지 않아 아예 물체의 상이 맺히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를 맹점(盲點)이라고 한다. 아래 그림을 보면 동그라미와 네모가 있다.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만 뜬 상태에서 눈을 앞뒤로 하며 동그라미를 보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네모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망막에는 상의 초점이 맺히는 황반과 달리 시세포가 없어 상이 맺히지 못하는 부분인 맹점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두 눈으로 볼 때는 한쪽 눈이 각각 나머지 눈의 맹점을 보기 때문에 평소에는 우리가 이 맹점을 느끼지 못한다.
| 그래픽=홍성현 과학커뮤니케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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