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담배회사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건보공단은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며 소송을 내기로 했지만, 담배회사들은 건보공단이 근거로 내세운 데이터의 객관성과 실효성이 낮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26일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건보공단이 10년간 수집해온 자료를 통해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자료는 단순 문진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져 흡연 외 질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식습관이나 개인병력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흡연자들의 흡연량, 흡연기간 등의 차이도 고려되지 않아 신뢰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판결문에 대해서도 건보공단과 담배업계의 해석이 다르다. 지난 2011년 2월 고등법원은 폐암 중 소세포암과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은 흡연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판결했다. 건보공단은 이 판결을 근거로 최소한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에 대한 진료비는 담배회사로부터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담배업계는 판결문에서 ‘흡연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추정한다’고 표현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30년 이상 흡연 경력과 이 중 20년 이상 하루에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운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다른 사례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담배업계의 의견이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담배회사의 불법 행위를 입증해야 하는 것도 건보공단의 숙제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현행 법에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하려면 가해자(담배회사)의 불법적 행위가 전제돼야 하는데, 담배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생산·판매되는 합법적인 제품”일며 “불법행위를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대 정부 구도로 소송이 진행되는 것 역시 건보공단 측에는 부담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담배는 2002년에 민영화됐기 때문에 그 이전 피해사례에 대한 책임은 정부 기관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담배를 관리하던 전매청은 재무부의 외청으로, 지금은 기획재정부가 피고가 되는 셈이다.
담배협회 측은 “실제 소송이 진행될 경우 국민의 혈세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건보공단은 막연한 희망이 아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