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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차 대전, `특허전쟁`[TV]

이민희 기자I 2011.11.02 10:33:07
                      
 
[이데일리TV 이민희 PD] '코카콜라' 맛의 비밀인 원액추출법의 특허가 없다는 것은 비법 공개를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성공 전략 사례 중 하나였다. 하지만 IT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특허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특허들이 서로 엉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1개에 최소 7000개의 특허 기술이 필요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특허는 약 5만 8000개에 달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 특허권 침해로 미국, 호주, 유럽 등에서 치열한 맞소송을 진행하면서 특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외 기업 간에 제기된 특허소송은 611건이다. 2004년 41건이던 것이 2010년 114건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중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진행한 것은 460건으로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소송을 제기한 151건을 크게 웃돈다.

지난 4월 애플은 자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모방했다며 삼성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애플이 주로 문제 삼은 것은 디자인과 상품 외장을 뜻하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특허, 둥근 모서리, 통화·메시지와 사진 등의 아이콘, 사용자환경, 겉포장 등의 유사성을 주장하며 모두 16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의 제소에 삼성전자도 즉각 대응했다. 한국, 일본, 독일 등의 법원에 애플을 맞제소한 것이다. 삼성의 공격 무기는 통신특허로 침해 사례는 10건에 달한다. 데이터를 전송할 때 전송효율을 높이는 HSPA 통신표준 특허, 데이터를 보낼 때 수신오류를 감소시키는 WCDMA 특허, 휴대전화를 데이터 케이블로 연결해 PC로 무선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게 한 특허가 그 핵심이다.

정우성 변리사는 삼성과 애플의 맞소송에 대해 “서로 각사의 표준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에 의해 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는 작년 스마트폰 세계 점유율 8%에서 올 상반기 두 배 이상 성장한 삼성에 대한 애플의 견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의 반격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이 되면 양사의 소송 모두 승패 없이 조용히 종료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했었던 노키아 역시 지난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 빼앗기자 애플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진행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을 모두 압박하며, 노키아는 애플을 상대로 모두 46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시켰다. 소송은 합의로 마무리 되었으나 노키아는 소송을 통해 애플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내면서 특허전쟁의 승리자가 되었다. 이렇듯 특허는 기업의 기술력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수단으로 강력한 무기가 되었던 것이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차세대 유망산업인 LED 산업 분야에서도 특허 전쟁은 치열하다. 지난 6월, 독일의 오스람은 삼성전자, 삼성LED, LG전자, LG이노텍을 상대로 LED조명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원래 조명산업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비중은 세계시장점유율의 2~3%에 불과했다. 시장을 주도하던 필립스나 오스람, GE 등이 백열전구 퇴출과 맞물려 LED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국내 기업의 약진을 견제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던 것이다.

다른 업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2005년부터 미국 특허관리업체 오리온IP로부터 3400만달러 규모의 특허침해 소송 공세에 시달렸다. 현대자동차는 1심에서 패소했지만 작년 5월, 2심에서 승소를 거뒀다. 석유화학 업종에서도 SKC가 2008년 일본 도레이로부터 반사필름 제조 방식과 관련한 특허침해를 이유로 제소 당했고, SK이노베이션도 2004년 일본 도넨사로 부터 리튬이온 전지분리막 특허 소송을 당했다.

글로벌 기업들 간의 계속되는 특허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은 관련 인력 및 조직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특허센터’를 두어 변호사, 변리사, 기술 전문가 등의 전문 인력을 오는 2013년까지 26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며, 삼성전자도 지난해 ‘아이피(IP)센터’란 특허 전담조직을 신설해 450여명의 특허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중소기업 90%는 특허 전담부서는 고사하고 전담인력도 전무하다. 또한 글로벌 특허관리 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경우 변호사 비용조차 감당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대기업과 소송에 걸릴까봐 항상 노심초사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 자료를 요청받은 중소기업 가운데 22.1%가 기술탈취나 유용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기업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기술을 뺏기는 것보다 대기업과의 거래 중단이 더 두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특허권자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는 비율도 25%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설사 승소했다 해도 손해 배상액은 아주 작다.

이동 통신 소프트웨어 특허 관련해서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던 서오텔레콤 김성수 대표는 “휴대폰에 있는 비상버튼을 누르면 미리 입력된 구조 연락처로 연결되게끔 하는 '이머전시콜(Emergency call)' 기술에 대한 특허로 소송을 진행했다. 결국 특허무효소송은 승소했지만,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패소했다. 8년 동안 비용도 많이 들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우리의 기술을 특허로 인정받고, 개발 특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어려운 싸움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이토록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특허 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계란으로 바위 치는 수준의 싸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찬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특허 분쟁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차원의 특허 관리 및 특허권 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말한다.

특허청 산업재산 보호팀의 김영근 사무관은 “특허청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특허권 보호를 위해 ‘특허분쟁 기반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며, 특히 분쟁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해 상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거나 보상비용 완화를 위한 보험 사업을 운영 중이다.”라고 말한다.

특허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발명을 보호, 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특허를 얘기할 때 발명의 보호를 강조하게 되지만 사실 정부 입장에서는 발명 장려를 통한 산업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허법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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