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美정부, 보잉에 보조금 불법지원"

민재용 기자I 2011.04.01 09:17:04

보잉 최소 53억弗 불법 지원금 받아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미국 항공기 제작회사 보잉이 미 정부로부터 최소 53억달러의 불법 보조금을 지원받았다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WTO가 이날 발표한 `보잉과 에어버스의 보조금 분쟁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잉은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지원받은 26억달러를 포함해 이 정도 규모의 불법 보조금을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이번 WTO 패널 판결은 보잉과 에어버스 사이의 보조금 분쟁에 관한 판결 중 가장 최근 것으로 WTO는 지난해 에어버스도 유럽 정부들로부터 불법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정한 바 있다.

세계 항공기 제조업계의 양대 라이벌인 보잉과 에어버스는 지난 2004년 미국 측의 제소를 시작으로 7년째 보조금 지원에 관한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양사는 서로 상대 회사의 보조금 때문에 수백억 달러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보잉에 대한 불법 보조금 때문에 약 450억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측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고 있다.

카렐 드 휴흐트 EU 통상담당집행위원은 이날 "이번 WTO의 판결은 보잉이 과거 막대한 보조금을 받았고 지금도 계속 받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고 말했다. 에어버스의 공보담당 레이너 쾰러도 "보잉이 불법 보조금을 지원받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것을 그만둘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측도 이번 판결이 에어버스가 더 많은 보조금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 정부가 보잉에 지원한 금액 규모는 EU가 에어버스에 지원한 보조금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 주장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유럽 정부들로부터 200억달러 이상의 불법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항공업계 두 거물의 분쟁이 장기화 되고, 미국과 EU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WTO의 판결이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틸 그룹의 리차드 아부라피아 항공산업 애널리스트는 "양측이 자신들이 원하는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정 분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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