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환율이 하락하면서 인플레 부담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금리를 연속적으로 인상할 경우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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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이 있지만, 한국은행은 "큰 변수가 아니다"고 일축하고 있다. 오히려 기준금리 정상화가 더 급한 만큼 환율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에 현혹돼선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 "환율 하락, 기준금리 인상 늦춘다"
달러-원환율은 지난 9일 현재 1160.1원으로 최근 7거래일 연속으로 하락세다. 지난달 8일 종가가 1209.3원이었으니 불과 한 달만에 4% 이상 절상된 셈이다.
박태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경제지표가 워낙 좋은데다 주식시장 상황도 좋은 만큼 이달 25bp 기준금리 인상은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면서도 "주목할 것은 환율인데, 환율 하락으로 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최근 달러-원환율이 많이 하락하면서 비용측면에서의 인플레 부담을 크게 낮췄다"며 "실제 환율이 국제유가보다 소비자물가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는 분석 결과가 있는 만큼 환율 하락은 결국 금리 인상을 늦출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한국은행 행보에 대해서도 "환율이 변수"라며 "환율이 횡보한다면 연내 50bp 기준금리 인상도 가능하겠지만, 지금처럼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25bp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이 내외 금리차를 확대해 원화 강세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한은의 인상 페이스가 늦춰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기본적으로 금리 인상이 직접 환율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미국은 부양책을 고민해야할 상황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인상에 나선다면 내외 금리차로 원화 절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환율만으론 큰 변수 안된다"
반면 일부 전문가나 통화정책 당국인 한은은 달러-원환율 자체가 금리 인상 행보에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하락이 물가 상승이라는 물줄기를 바꿔놓기 어려운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 절상 가능성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한은의 반응이다.
한 한은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 하락 속에서도 전반적인 물가흐름은 우리가 전망한 추세대로 가고 있다"며 "환율이 하락해 수입물가가 크게 안 올라도 전기나 가스요금에 이어 지방공공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고 하반기 농산물가격도 위태로워 오름세인 물가흐름이 바뀌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물가 안정에 따른 기저효과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른 한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금리 인상시 환율이 하락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채권 뿐 아니라 주식시장 경로 등을 함께 고려할 때 방향성을 자신하기 어렵다"며 "이는 별다른 고려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보다는 기준금리 정상화가 우선인 만큼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환율 하락에 따른 물가 압력 완화를 너무 믿으면 안된다"며 "지난 2000년 즈음에도 경험했듯이 물가가 낮다고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 지표로는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도 낮은 실질금리를 계속 가져가면 반드시 자원 배분이 왜곡된다"며 "한은도 이와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