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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분석-시장개입이란 이런 것이다

손동영 기자I 2000.04.03 18:32:50
“이젠 중립이다” 3일 외환시장 분위기가 돌변했다. ‘환율하락은 대세’라며 달러매도에 열심이던 세력들은 3일 외환당국의 강도높은 개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당국은 실탄(자금)이 없다”며 거의 매일 등장하는 구두개입을 비웃었지만 당국은 이날 외환시장에선 ‘가장 큰 시장참여자’로서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3일 외환시장동향 : 1104.10원에서 1116.90원까지 널뛰기를 하는 동안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변변한 저항 한번 못한 채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1112.30원으로 거래를 마쳐 그나마 반등폭을 전일대비 6.30원 상승으로 줄였지만 사장초 1104원대 밑으로 돌파를 시도하려던 세력들은 낭패를 봤다. 오전 10시이후 시작된 국책은행들의 개입은 단계적으로 오후까지 이어져 1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무한정 달러를 쏟아부으며 환율상승을 막으려던 97년11월 이후 최대규모의 시장개입이었다. 그때와 다른 점은 당국이 달러를 사들이는 쪽에 섰다는 것뿐. 환율이 치솟자 달러초과매도 상태였던 일부 은행이 서둘러 달러사들이기에 나서는 바람에 상승폭이 더 커졌다. 당국은 이날 개장전부터 주요 은행의 달러포지션을 점검하며 개입물량을 가늠하는 작업에 돌입, 일찌감치 이런 사태를 예고했다. 시장분위기는 확실히 반전됐나 :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지난주에 비해 주춤할 경우 달러공급이 줄어들면서 더 이상 하락쪽으로 방향을 잡기 어려워진다. 모건스탠리가 5월부터 주식편입비중 가운데 한국비중을 11.8%에서 9.99%로 줄인다는 소식도 이런 예상에 힘을 더한다. 그러나 지난주 후반 순매도로 돌아섰던 외국인들은 3일 증시에서 다시 1238억원 순매수로 다시 움직였다. 단기적인 외국인동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9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외화예금도 변수다. 이는 평소보다 10억-20억달러 가량 많은 수준. 지난주 환율하락으로 달러매도 시기를 놓친 수출업체들이 네고자금을 외화예금에 묻어두고있으며 이들 자금은 환율이 오를 때마다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수출업체의 네고자금은 거의 소화된 것으로 보이며 수입업체의 결제수요가 서서히 등장할 전망. 4일 외환시장 전망 : 이젠 수급요인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110원 아래쪽은 허용치않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확인한 만큼 섣불리 투기적으로 달러매도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차례 풍파를 거치며 달러매물이 거의 소화됐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는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달러/엔 환율은 일본은행의 개입으로 105엔대를 회복, 국내 환율에 영향을 줄 요소는 아닌 것으로 보고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개입에 대한 우려가 강하기 때문에 1110원선을 중심으로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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