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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100조 투자 시대, '혁신 성장'이 핵심[김현아의 IT세상읽기]

김현아 기자I 2025.04.20 14:14:50

투자만으로는 AI강국 못 돼
민관협력과 제도 혁신이 핵심
정부는 ‘계획자’가 아닌 ‘촉진자’가 되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근 이재명, 김경수, 한동훈 등 주요 대선 주자들이 인공지능(AI) 분야에 100조~200조원 규모의 투자를 공약한 것을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4개사의 2024년 AI 설비투자 규모(약 157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설비투자 규모(약 145조원)를 넘어서는 수준의 자금을 AI 인프라, 모델 개발, 서비스 고도화, 인재 양성 등에 투입하겠다는 결단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물론 이러한 대규모 예산을 증세 없이 세출 조정만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 증세가 불가피할 경우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그럼에도 AI는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전기처럼 산업 전반의 판을 바꿀 ‘차세대 산업혁명’의 동력이 될 수 있는 만큼, 방향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10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고, 글로벌 관세 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커지는 상황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3월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자 1인당 일자리는 0.32개로,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죠.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절실히 찾아야 할 때입니다.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핵심은 ‘혁신’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과연 AI에 100조 원을 투자하면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생길 수 있을까요? 단순히 투자 금액만 놓고 본다면,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경쟁은 애초에 불가능한 싸움입니다. 이들의 1년치 AI 투자가 우리 정치권이 말하는 5년 임기 전체 투자 규모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구축, 학습용 데이터 확보, 국가 대표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공공·산업 분야 서비스 발굴 등에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이것만으로 ‘AI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충분조건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필요조건’이지요. 실제로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국내 기업 역량이 부족하거나, AI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그 투자는 허공에 흩어질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정동영 의원, 유종일, 허민 성장과통합 상임공동대표, 전현희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지원하는 정책 싱크탱크 ‘성장과통합’ 출범식에서 유종일 상임공동대표(전 KDI 국제정책대학원장)는 “AI 대전환을 통해 생산성 증가율 하락을 반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문제는 투자 부진이 아니라 혁신의 부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곧, AI 투자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 역할의 재정립과 규제 시스템의 혁신이라는 뜻입니다.

‘타다금지법’으로 인해 ‘타다’서비스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2020년 3월 국토부는 부처 홈페이지 메인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홍보하면서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집니다.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모빌리티혁신법‘’이라는 정책 홍보 글을 띄웠다. 하지만, 법 통과이후 국토부 기대와 달리 더이상 스타트업(초기벤처)들은 모빌리티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졌다. 사진=국토부 홈페이지 캡처
정부는 ‘계획자’가 아닌 ‘촉진자’가 되어야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정부 주도의 일방적 계획경제가 아닌,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원팀 전략’, 즉 민관 협업 기반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과도한 규제를 앞세우는 대신, 정부는 시장 활성화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AI 시대에 맞는 혁신성장’이 필요한 시점이지요.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방향을 잘못 잡은 정책의 폐해를 목격해 왔습니다. 측근 몇 마디에 휘둘려 IMF 시절에도 유지했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이해관계자들의 로비에 밀려 신산업의 출현을 가로막은 ‘타다금지법’ 같은 사례는 다시 반복돼선 안 됩니다.

그리고 포용의 정신도 잊어선 안됩니다. 설령 정부의 AI 전략이 성공해 경제가 반등하더라도, 그 혜택이 특정 계층에만 돌아간다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과거 전자계산기 도입으로 주산학원이 사라졌던 것처럼, 이제는 전 국민이 AI를 다룰 수 있도록 AI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해야 합니다. 동시에 AI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도 지식과 정보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AI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되 그 결과가 국민 통합과 국민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AI 강국’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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