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 공개 20분 만에…불법 사이트는 이미 `시청중`

정윤지 기자I 2024.12.29 12:57:11

26일 오후 5시 넷플릭스서 ‘오징어게임2’ 공개
20여분 만에 불법 사이트 8곳에도 전편 업로드
‘누누티비’ 운영자 검거돼도 유사 사이트 우후죽순
전문가들 “사이트 차단 어려워…운영책 엄벌해야”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 이후 다시 활개치고 있다. 앞서 불법 사이트의 원조격인 누누티비의 운영자가 검거됐지만 유사 사이트들은 계속해서 생기며 수사망을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후죽순 생기는 사이트를 일괄 차단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운영책 검거와 강력한 처벌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26일 오후 넷플릭스에 ‘오징어게임 시즌2’가 공개되자 마자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도 드라마가 업로드돼 있다. (사진=불법 사이트 갈무리)
지난 26일 오징어게임 시즌2가 공개되자마자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도 이 드라마가 곧바로 업로드됐다. 이날 불법 사이트 중 한 곳인 ‘티비위키’를 둘러보니, 오징어게임 시즌2의 1~7화 전편이 모두 공개돼 있었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20분 만의 일이었다.

오징어게임2는 티비위키뿐 아니라 유사한 불법 사이트 여러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시청이 가능했다. ‘인기 사이트 TOP10’이라고 적힌 배너에는 티비위키 외에도 또 다른 불법 사이트 링크가 여러 개 소개돼 있었다. 같은 시각 10곳 사이트 가운데 8곳에 오징어게임2의 전편이 공개돼 있었고, 대부분 인기 영상 순위나 홈 화면에서 이 드라마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 불법 사이트를 찾는 이용자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27일 낮 12시 기준 ‘오징어 게임 다시보기’와 ‘티비위키’ 검색량은 전주 대비 각 2300%, 350% 급증했다. 또다른 불법 동영상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10위에도 ‘오징어게임’ ‘오징어 게임’ ‘오징어’ 등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온라인에는 접속자가 몰려 재생 속도가 느려지는 데 대비해 영상을 내려 받았다는 글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불법 사이트로 오징어게임 세 편을 봤다는 직장인 오모(28)씨는 “연말이라 돈 쓸 곳도 많은데 오징어게임 하나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구독하기엔 아까워 불법 사이트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불법 OTT 스트리밍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징어게임’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사진=불법 사이트 갈무리)
당국은 이 사이트들이 앞서 검거된 불법 사이트 ‘누누티비’ 운영자가 아닌 또 다른 일당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누누티비 운영자 A씨를 구속 송치하면서 그가 운영 중이던 ‘티비위키’, ‘오케이툰(불법 웹툰 사이트)’도 폐쇄했다. 수사대 관계자는 “누누티비 운영자가 만든 티비위키 사이트와 지금의 티비위키 사이트는 URL(인터넷 주소)도 다른 이름만 갖다 쓴 사이트”라며 “지금도 유사한 사이트들을 계속 추적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자를 검거하기 전 선제적으로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담당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매주 2회 이상 여는 대면 회의에서 심의를 거쳐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지만 URL 속 숫자 한두 개만 바꿔 계속해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티비위키 같은 불법 영상 사이트는 주소만 바뀌고 내용은 동일하다는 ‘대체 사이트’라는 개념을 적용해 바로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단속에도 불법 사이트가 계속 생기는 이유는 막대한 광고 수익 때문이다. 실제 홈페이지 메인에는 도박과 성인 사이트 등 불법 사이트 광고가 게재돼 있다. 이 때문에 수요도 문제지만 공급책을 확실하게 끊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사이트를 완전무결하게 막는 건 기술이 없어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법 집행권을 강화해 운영진을 잡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애란 한국저작권위원회 변호사도 “서버는 다 외국에 있고 사이트가 폐쇄돼도 또 비슷한 게 생기니 추적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며 “누누티비 사례처럼 공조수사가 잘돼야 하고,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양형도 더 강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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