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남용 고발 안 해' 특조단에 현직판사 "내가 하겠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판사 사찰 등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행위가 있었지만 관련자들 형사조치는 하지 않겠다는 특별조사단의 방침에 대해 일선 판사가 “국민과 함께 고발하겠다”며 반발했다. 이 판사는 이번 일에 대한 국가배상을 청구하고 유엔에 진정을 낼 의사도 내비쳤다.

차성안(41·사법연수원 35기)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특조단이 형사고발 의견을 못 내겠고 대법원장도 그리 한다면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소송법상 공무원이 직무상 범죄를 발견하면 고발할 의무가 있다. 판사도 공무원”이라며 “행정부에서 이런 식의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조직적 사찰행위가 직권남용과 공용서류무효, 직무유기, 증거인멸 등 죄로 기소되면 모두 무죄를 선고할 자신이 있느냐”고 강조했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법원 공개한 조사보고서에서 행정처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과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했다는 내용의 파일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조단은 다만 관련자들에 대해 “행위자 별로 관여 정도를 정리해 징계청구권자나 인사권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라며 “이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직권남용죄 등 적용에 논란이 있거나 뚜렷한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차 판사는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는 특조단 조사결과도 비판했다. 그는 “몇몇 언론에 던져줄 블랙리트 개념 논쟁의 후속탄이 필요했나 보다. ‘블랙리스트 없다’는 기사들이 바로 그 언론들의 기사로 터져나오는 걸 보니 성공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대를 접고 법원을 상대로 국가배상청구로 나도 정식으로 대응해 드리겠다. 이런 조직에 무슨 사법개혁을 기대할 것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차 판사는 국제기구를 통한 진정도 시사했다. 그는 “판사와 변호사의 독립과 관련해 UN특별보고관에 대한 진정절차라는게 있다고 한다. 영문으로 작성해야 할 듯 해서 영문 진정서 작성과 관련해 원활한 영문번역을 함께 해 주실 수 있는 분을 모집하다”고 썼다.

법원 내 인권법연구회 소속인 차 판사는 지난 1월 행정처의 법관사찰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를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차성안 판사의 개인 페이스북 글. (사진=페이스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