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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장기 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태양광 산업이 꿈틀거리고 있다. 업황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큰 모습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협정 탈퇴 가능성 등은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21일 태양광 산업 조사업체 PV인사이트닷컴에 따르면 지난주 폴리실리콘 현물 거래 가격은 전주 대비 1.91% 오른 kg당 16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둘째주 이후 6주 동안 10% 가까이 올랐다. 업계에서 폴리실리콘 생산의 손익분기점을 1kg당 15달러 수준으로 추산하는 것을 고려할 때 바닥은 통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태양광 대장주 OCI(010060)의 주가는 올 들어 15.5% 상승했다. 한화케미칼(009830)도 11% 가까이 올랐다. 특히 한화케미칼의 경우 태양광 부문 자회사인 한화큐셀(HQCL)이 최근 미국 발전업체로부터 약 6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수주를 따내면서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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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폴리실리콘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설치 수요 회복에 따른 웨이퍼 가동률 상향, 재고 소진을 위한 덤핑행위 소멸, 그동안 증설이 없었던 데 따른 타이트한 수급 등이 그 근거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도 폴리실리콘 증설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국발 수요 회복으로 당분간 폴리실리콘 가격의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폴리실리콘 가격 회복시 실적 레버리지가 큰 OCI는 물론 태양광 우려로 저평가 상태인 한화케미칼의 투자 매력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정 무효화 관련 내용이 첫 행정명령의 유력한 후보라고 점치기도 했다. 파리기후협정은 지난 2015년 말 세계 196개국 정상과 대표들이 모인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한 것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화석연료의 개발 및 사용에 대한 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지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 변화 가능성으로 미국의 태양광 설치 수요가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미국의 태양광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현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에너지 및 기후변화에 대한 공약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매우 부정적인 게 사실이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데다 미국의 태양광 시장은 대규모 설비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