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삼성전자(005930) 갤럭시S 등 일부 제품의 미국 내 수입금지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자국 기업 감싸기’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대리한 성명을 통해 “미국 소비자와 시장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삼성전자 제품에 관한 ITC의 수입금지 결정을 허락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ITC의 아이폰4 등 애플 일부 제품 수입금지 결정에 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보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8월의 전례를 고려해 이번에도 ITC의 결정을 거부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미국 정부는 연이어 자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오바마 행정부가 유사한 특허 침해 사례를 두고 연이어 자국 기업의 편만 들어주면서 보호무역주의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외신들도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 8월 거부권 행사와 달리 애플을 편애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메인 기사에서 CCIA(미 컴퓨터통신산업협회) 에드 블랙 회장의 말을 인용해 “이번 결정은 한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을 편애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애플 제품 수입금지에 관한 거부권은 정치적 압력과 편애에 근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도 “이번 결정이 삼성과의 특허전에 있어서 애플을 유리하게 만들었지만 애플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애플 제품 수입금지는 전례 없이 거부하면서 삼성전자 제품 수입금지 조치는 거부하지 않았다”며 “이는 두 기업간 공평한 대우를 바라는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바마 정부의 이번 결정은 예상된 결과”라며 “당장 제품 판매에 타격은 없지만 앞으로 신제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에 따라 삼성전자는 특허침해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는 데 실패했다. 또 애플과 진행 중인 특허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삼성전자는 우선 법적인 모든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 제품에 관한 ITC의 수입금지 결정을 미국 정부가 받아들인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정한 시장경쟁과 미국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항고를 포함한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수입금지품목으로 지정된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탭 10.1등은 현재 미국 내 주력 판매제품군이 아니어서 매출 등 실적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갤럭시기어’와 세계 최초 커브드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 등 차세대 스마트 기기 시장을 선점하면서 과거 제품의 특허 침해 여부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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