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의료계가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민감한 상황이다. 약사단체는 기본적으로 반대하며 적절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의사단체는 약국외 판매를 허용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주체인 제약사들의 입장은 어떨까. 약사, 의사와는 또 다르다.
◇"일반약 매출 확대 절실하다. 하지만 슈퍼판매가 답일까"
제약사 입장에선 일반약 매출확대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감시정책으로 전문약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이 때문에 동아제약(000640), 한미약품(128940), 유한양행(000100) 등 대형 제약사들도 실적부진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그동안 관심이 적었던 일반약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아제약의 경우 지난 1분기 전문약 매출은 1145억원으로 전년대비 4.3% 줄었지만 박카스가 전년동기대비 15.7% 증가한 266억원을 올렸다. 대웅제약(069620)은 축구선수 차두리를 앞세워 `우루사`의 매출을 지난해말 월 20억원 수준에서 월 30억~40억원으로 50% 이상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약사들은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가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많다.
제약사 관계자는 "일반약이 슈퍼마켓에서 팔리게 될 경우 다른 건강식품과 경쟁을 하게 되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유통망 관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약국에서 약사를 통해 판매될 경우 일반약에 대한 신뢰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도 약국외 판매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요인중 하나다.
광고비 지출에 대한 부담도 제약사들에게는 고민거리다. 드링크류 판매로 폭넓은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동아제약, 광동제약 등을 제외하면 상당수 제약사들은 `일반약 약국외 판매`가 반갑지만은 않은 얘기다.
◇"차라리 신제품 개발 위한 정책적 지원에 관심가져달라"
제약사들은 유통망에 대한 관심보다 침체된 일반약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해 일반약시장 규모는 1조1226억원으로, 전체 의약품시장의 14.3%에 불과하다. 지난 2003년 일반약 시장 비율 26.8%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었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일반약들도 대부분 출시한 지 오래된 제품들이다. 자양강장제 매출 1위를 기록중인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1991년에 출시됐다. 가장 많이 팔리는 잇몸치료제 `인사돌`은 1977년, 간장약 `우루사`는 1970년에 시장에 나왔다. `아로나민골드`, `게보린` 등 일반약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들도 출시된 지 30년이 넘었다.
제약사 관계자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폭이 크지 않아 기존 제품의 리뉴얼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효능을 입증해도 일반약의 경우 자료보호가 되지 않아 곧바로 후발주자들이 유사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신제품 개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불합리한 허가 정책도 새로운 일반약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종합비타민제의 주요 성분으로 사용되는 코큐텐은 건강기능식품에서는 별도의 임상자료 없이 90~100mg 함유할 수 있지만, 의약품에서는 10mg 이상 함유해서는 안된다. 의약품으로 사용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백내장 등을 치료하는데 보조요법으로 사용되는 `루테인`은 건강기능식품에는 10~20mg을 함유할 수 있다. 그렇지만 루테인이 의약품에 사용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루테인 함유 의약품을 허가받으려면 신약에 준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부프로펜` 등 40개 성분을 배합가능 유효성분으로 추가하면서 다양한 일반약 개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제약사들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제약사 개발팀 임원은 "일반약의 슈퍼판매가 허용되면 일부 제품에 한해 매출이 소폭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정작 제약사들은 다양한 일반약 개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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