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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올려야 하는데"..포스코의 `정부 딜레마`

윤종성 기자I 2011.03.10 09:21:19

정부 물가 안정 정책에 발목..가격 인상 시기·폭 결정 못해
빠르면 4월 중 가격 인상 관측..`원가절감으로 버티기엔 한계`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해 12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자사주 1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를 떠받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포스코 주가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1분기 철강제품 가격을 동결하겠다는 포스코 발표에 시장이 싸늘한 반응을 보인 탓이었다. 작년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은 포스코 주가를 더 옥죄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주총에서는 "올해 지속적으로 실적개선을 실현해 주주가치가 올바르게 평가받는 한해가 되도록 하겠다"며 주주들을 달랬다.

포스코(005490)가 주가 부양이라는 현안과 정부 압박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주주 이익 극대화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 달성을 위해선 당장이라도 철강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 포스코는 문제의 답을 알고 있지만, 답안지에 쓰진 못하고 있다. 물가 안정에 진력하는 정부 의지에 반하는 `가격 인상`을 결정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거듭된 압박이 포스코의 행동을 주저케 만드는 것이다. 가뜩이나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철강제품 가격의 인상이 산업 전반의 가격 상승을 부추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칫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업체들은 통상 원재료 가격 인상분의 4분의 3 가량을 제품 가격에 전가한다"면서 "지금처럼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아직 가격 인상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여전히 인상 시기와 폭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격과 관련해선 극도로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아직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포스코의 `버티기`가 오래 가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르면 4월께 철강 제품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분기까지는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원가절감`을 통해 근근이 버티겠지만, 고가에 계약한 원료들이 본격 투입되는 2분기부터는 가격 인상을 주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회사 안팎에선 이미 원가절감으로 버티기엔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철강업체들이 원가 인상분을 내부적으로 흡수하기엔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포스코의 가격 딜레마가 길어질수록 포스코 뿐 아니라, 포스코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국내 다른 철강업체들의 경영 상황도 악화돼 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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