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업, 고유가 과당경쟁 경영실책 `3중고`

김경인 기자I 2005.09.16 11:02:10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위태롭던 미 3위 델타항공과 5위 노스웨스트항공이 결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미국 7대 항공사중 4개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1991년 이스턴, 팬암, 브래니프항공사의 파산 이후 14년만의 `무더기 파산`가 재연될 판이다.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국제유가가 직격탄을 날린 셈이지만, 이면을 뜯어보면 업체간의 과당경쟁과 경영상의 판단 미스 등 구조적인 요인도 한몫을 했다. 결국 곪아터진 상처가 터졌을 뿐이다. 

◇항공유 `고공행진`..비용부담 커져

지난 8월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 남부지역을 강타하면서 국제유가가 `마의 70달러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카트리나 이전에 이미 급격한 상승세를 지속해 올들어 20% 이상 급등한 상태였다.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니 당연히 항공유 가격도 폭등했다. 올해 7월말까지만 해도 갤런 당 1.5달러선에 가깝던 항공유 가격은 8월들어 2.5달러 근처까지 치솟아 오르기도 했다. `비행기가 뜰수록 적자가 쌓인다`는 웃지못할 우스개소리가 나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항공교통협회(ATA)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지난 4년간 약 239% 폭등했다. 지속적 항공유 급등으로 올해 업계가 부담해야 할 유류 관련 비용이 전년 보다 92억달러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 항공산업이 지난 5년간 40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손실을 기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증가를 항공요금에 전가할 수 없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저가 항공사들의 출현에 따른 경쟁심화가 업계의 가격 결정력을 극도로 악화시켰다.

◇경쟁심화..`과도한 수송능력`도 문제

사우스웨스트, 제트블루 등 신생 항공사들은 9.11테러 이후 위축된 여행 수요를 `저가`를 무기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담뇨, 비스켓 심지어 식사까지 다양한 기내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항공요금을 대폭 낮췄다.

저가 항공사가 좋은 반응을 얻자, 대형 항공사들도 가격인하가 불가피했다. 이코노미석 고객 뿐 아니라 비즈니스석 고객까지 저가 항공사로 이동하자 타격이 배가됐다. 비즈니스석 요금을 일반석의 최대 5배까지 받는 등, 그간 고가 고객에서 많은 수익을 창출해 왔기 때문.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항공사들이 힘겹게 고객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진들은 경쟁력 약화가 `과도한 수용능력` 탓이라고 주장한다. 저가 항공사들의 등장으로 비행기수와 좌석수가 과도하게 많아져, 수익을 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요구할 수 없게 됐다는 것.

WSJ에 따르면, 올해 1~5월 미국 항공사들의 평균 좌석 점유율은 75.7%로 전년 73.1%에서 오히려 상승했다. 주요 항공사 중 다수는 80%를 넘겼으며, 제트블루는 8월에 심지어 90.1%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중 어느 회사도 수익 부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경영실책도 문제

CNN머니는 항공업계의 무더기 파산은 90년대 후반 `호황기`의 경영 실책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미래를 확실히 진단하지 못한 경영진이 방만한 경영 정책을 펼쳐 왔다는 분석이다.

브루킹스 인스티튜션의 임원인 클리포드 윈스턴은 "항공사의 노사협상은 25년도 더 이전에 상황을 기반으로 한다"며 "당시에는 항공운임이 철저히 통제 가능했고, 저가 라이벌 등과의 경쟁도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스웨스트의 정비노조 파업 등 노사간 불화가 깊어지는 것도 결국 황금시대에 맺었던 과도한 약속 때문이라는 것. 실례로 부진이 심화되고 있던 델타항공의 파일럿들은 작년 10월까지 9.11 이전에 맺었던 고용계약하에서 연봉을 받아왔다.

CNN머니는 비즈니스석 고객들의 대량 이탈을 예로 들어, 비즈니스석과 일반석의 가격 차를 크게 한 가격 모델도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현재 경영진들이 클래스 간의 가격 차를 줄이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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