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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소비, 바닥다지기 마무리 국면

김수헌 기자I 2005.02.03 10:14:17

작년 12월 소매·음식·숙박경기 개선..신차효과도
전문가 "내수회복 신호..본격회복은 시간 걸려"

[edaily 김수헌 김상욱 기자] 먹고 마시는 업종을 중심으로 씀씀이가 다소 늘어나면서 지난 연말부터 내수경기가 꿈틀거리고 있다. 역신장을 보였던 일반음식점과 술집, 경마 경주 등 오락스포츠 업종이 연말 매출 증가세로 돌아서는가 하면, 서민들이 많이 찾는 백화점과 할인점, 시장 등 소매업은 감소폭이 제법 둔화됐다. 팔리지 않던 자동차도 연말에 신차효과 덕을 크게 보면서 뚜렷한 판매신장을 보여, 내수경기가 바닥을 찍은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12월까지 도매업이 연속 5개월, 소매업이 연속 23개월동안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사교육비를 대표하는 학원, 서민들의 여가소비를 상징하는 영화, 성매매 특별법 이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여관업 등은 감소율 자체가 높거나 확대되기도 해 경기저점 탈출에 대한 판단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매 음식 숙박 중심..내수회복 꿈틀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12월 서비스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은 6개월만에 처음으로 0.4% 증가세로 돌아섰다. 통계청 김현중 서비스업통계과장은 "상당수 업종들이 증가폭을 확대하거나 증가세로 반전해 전체 서비스지수가 플러스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 내수가 약간 살아나는 등 회복조짐이 보이긴 하나, 일시적 현상인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지표를 보면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내수경기를 대표할만한 음식, 숙박, 도소매 업종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도매의 경우 지난해 8월 이후 연속5개월 마이너스이긴 하나, 10월 -2.1%에서 11월 -0.3%로 감소세가 둔화된 뒤 12월 -0.5%를 기록해 보합을 유지했다. 소매는 지난해 8월 -4.6%, 9월 -2.4%, 10월 -2.5%, 11월 -3.4%를 보이다가 12월에는 -1.8%로 일단 감소폭 둔화에 성공했다.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의 판매가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소매업은 23개월동안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씀씀이 본격 회복을 언급하기에는 여전히 이르다. 다만 자동차 판매는 연말 NF소나타와 SM7 등 신차들이 많이 팔려 11월 -1.4%에서 5.9% 증가로 돌아섰다. 자동차 판매의 급신장은 신차효과에다 지난 2003년 말 극심한 자동차판매 침체에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숙박업, 호텔콘도 등 양호..여관업은 성매매법 악재서 못 벗어나 내수경기를 상징하는 주요업종 지표인 음식점업의 경우 -0.7%에서 1.5%증가로 전환, 지난 2003년 3월 이후 21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13개월만이다. 이는 일반 음식점업이 11월 0.2%에서 1.7%로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고, -3.0%였던 주점업이 소폭이긴 하지만 0.9% 증가로 전환한 덕분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정의 소비상황을 보여주는 햄버거,치킨, 피자 등 기타 일반음식점업은 -3%대 역신장을 이어가고 있다. 숙박업의 경우 호텔업은 한류열풍으로 인한 외국관광객 유입과 연말 휴가철 호텔이용객 증가 등에 힘입어 높은 증가세(20.6%)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성매매법 발효 이후 타격을 받고 있는 여관업은 여전히 침체상태(-8.7%)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양극화현상은 운수업에서도 두드러져, 철도운송은 항공을 대체할 수 있는 KTX 등에 힘입어 34% 늘어났지만, 택시와 버스 이용객은 줄어 육상여객운송은 3.6% 감소했다. 또 항공화물운송은 16.9% 증가했으나, 동남아 여행객 감소 등으로 인해 항공여객운송은 0.5% 줄었다. ◇전문가 "바닥다지기 마무리"..본격회복은 시간걸려 한편, 아직 체감경기는 여전히 해빙기에 접어들지 못함에 따라 미래불안을 느낀 서민들의 보험과 연금가입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보험 및 연금업은 지난해 11월 이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잇으나 25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12월 8.5%). 금융관련서비스업(증권 및 선물중개업)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긴 했지만, 지난해 7월 이후 10~20%대 하락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12월 감소율(-4.5%)은 상당히 개선됐다. 실거래가 거래와 개발이익환수 등을 규정하는 부동산중개업법 개정과 종합부동산세 시행, 1가구 3주택 중과세 등의 여파로 얼어붙은 부동산경기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높은 교육열을 반영해 10%대 성장가도를 달리다 지난해 1월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던 학원업도 12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감소폭도 10월 -13%에서 11월 -4.5%로 완화조짐을 보이다 12월 -8.0%로 다시 확대됐다. 영화산업도 11월 -25%에 이어 12월에도 -19%로 높은 감소세를 지속했고 대표적 영세 자영업종인 이·미용, 세탁, 목욕탕업종도 7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12월 종합적인 서비스 지표가 개선됨에 따라 내수소비가 저점을 찍고 치고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 연말 이후 카드소비액과 백화점 등의 매출 신장세 등을 내수회복 조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본격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연말에 대기업들이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계절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해도 주요지표들이 개선조짐을 보인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다만 아직 소비자들의 구매력 등을 감안했을 때 본격적인 회복여부를 따지기는 이르며, 바닥권을 다지는 과정이 마무리되는 차원 정도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곽영훈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악화일로를 걸었던 서비스업 생산이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전환하였는데 이는 내수회복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서비스업 생산에서 나타난 중요한 특징은 업종별로 비교적 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대부분의 업종에서 경기악화가 더 이상 진행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으며 내수 및 서비스업이 회복으로 반전할 경우 상승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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