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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향후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경우 수출물량이 유지되더라도 수출 실적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던 2023년에는 수출물량이 증가했음에도 수출금액은 20% 이상 감소했다.
가격 변화에 따른 수출 실적의 격차도 상당하다. KB국민은행은 2027년 반도체 수출물량이 기존 추세대로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가격이 20% 하락하면 수출액이 4848억달러에 그치는 반면, 20% 상승하면 726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격 시나리오에 따라 최대 2417억달러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는 올해 1~8월 우리나라 전체 경상수지 흑자(2792억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반도체 가격에 따라 한국 반도체 수출 실적과 외화 창출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향후 반도체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가격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점을 찍은 뒤 안정화되면 수출 증가세도 둔화할 수 있다”며 “다만 반도체 호황이 당장 끝나는 것은 아니며, 본격적인 경기 하강 위험은 2028년 이후에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가격 하락만으로 내년 실질 성장률이 크게 둔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가격 조정은 명목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치지만 실질 성장률은 수출물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중요하다”며 “장기 공급계약이 많아 가격이 먼저 하락하더라도 물량 조정은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AI 투자 축소가 실제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경우다. 한은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취소되거나 연기돼 반도체 수출물량까지 감소한다면 성장률 전망을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은 141억 6000만달러 순유출되며 한 달 만에 유출로 전환됐고, 채권을 포함한 전체 증권투자자금은 199억 7000만달러 빠져나갔다. 최근에는 AI 기업의 자금조달 우려까지 부각되면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됐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수출을 통한 달러 유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까지 겹치면 원화 강세 흐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AI 기업들의 부채 위험에 따른 글로벌 주가 조정이 지속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의 반등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반도체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면 성장률 둔화와 경상수지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축소되면 환율 상승과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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