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은행의 다음 기준금리 향방에 금융시장의 눈과 귀가 쏠려 있습니다. 현재 금리 결정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단연 ‘물가’입니다. 성장은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개선세지만 물가는 다양한 요인들로 자꾸 오름폭을 키우고 있어서입니다. 한은에서 총소비자물가(CPI) 지수보다 더 유심히 들여다보는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Core Infl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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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근원물가를 보는 이유는 경제 내부에서 지속되는 물가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서 금리를 조정해 대응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폭염·폭우로 인한 채솟값 폭등이나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락처럼 일시적인 외부 충격(공급 쇼크)을 덜어내는 것이죠.
그런데 정부(국가데이터처)가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동향 보도자료를 유심히 살펴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근원물가 항목이 없다는 겁니다.
잘 보면 비슷한 항목이 있긴 한데 두가지나 됩니다. 하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다른 하나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입니다. 크게 오르내리는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뺀 건 비슷해 보이는데 표현도 조금 다르고 수치도 다릅니다. 실제로 올해 8월을 보면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고,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3.4%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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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수가 다른 건 가격 변동성이 크다고 보고 계산에서 빼는 품목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한국식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보다 빼는 품목 수가 훨씬 적습니다.
밥상 물가 품목부터 차이가 납니다.
한국식 근원물가는 날씨 영향을 직접 받는 채소·과일·곡물 등 농산물만 뺍니다. 따라서 돼지고기나 생선 같은 축·수산물, 라면·과자·통조림 같은 가공식품은 근원물가에 그대로 남습니다. OECD식 근원물가는 전염병이나 원자재 가격 변동에 휘둘리기 쉬운 모든 식료품을 제외합니다. 축·수산물은 물론 가공식품 가격까지 통째로 털어내는 셈입니다.
에너지 요금을 보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식 근원물가는 주유소에서 넣는 휘발유, 경유, LPG 같은 석유류만 제거합니다. OECD식 근원물가는 석유류는 기본이고, 전기료·도시가스·난방비·수도요금 등 가정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를 제외하고 봅니다. 가령 원재료 가격이 올라 라면값이 뛰거나 정부가 난방비·전기요금을 올릴 경우 한국식 근원물가는 상방 압력을 받지만 OECD 기준 근원물가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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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물가 지표가 둘로 나뉜 이유는 뭘까요.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설명에 따르면 한국 방식은 1990년대 작성 당시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졌습니다. 농산물 수입이 적기 때문에 기상 악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락이 심하고,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아 수입 원유 가격 급등에 유독 취약합니다. 이 두 가지 요인을 빠르게 걷어내고 물가 흐름을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반면 OECD 방식은 전 세계 주요국의 물가 흐름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기 위한 글로벌 표준 입니다. 국가마다 전기·가스 요금 체계나 유통 구조가 제각각인 만큼, 먹거리와 에너지 일체를 덜어내고 비교하는 것입니다.
한은 통화정책의 참고지표는
한은은 기준금리의 방향을 정할 때 두 지수 중 무엇을 더 중시할까요. 정답은 OECD 방식(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입니다. 한국식 근원물가도 보지만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볼 때는 OECD 방식에 무게 중심을 둡니다. 중앙은행의 금리 조절(통화정책)로 제어하기 힘든 에너지 가격이나 공공요금, 원자재발 가공식품 가격 변동을 차단해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은의 경제전망이나 물가상황 점검 회의에서도 글로벌 통화당국의 비교 기준에 맞춰 OECD 기준 근원물가를 주 지표로 다루고 있습니다.
8월 근원물가에서 봐야할 점
다만 근원물가라고 해서 일회성 요인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국가데이터처는 8월 물가 상승 폭이 커진 배경으로 통신요금의 기저효과를 꼽았습니다. 지난해 8월 SKT가 통신비를 50% 깎아주면서 통신 관련 물가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올해는 그 효과가 사라지며 전년 대비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설명입니다. 이 기저효과를 제거하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가 아니라 2.5% 수준이라는 게 국가데이터처의 자체 추산입니다. OECD 기준 근원물가에도 비슷한 정도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면, ‘반값 통신비’ 효과를 제외한 8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2.8% 정도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기저효과를 걷어내더라도 7월 근원물가 상승률인 2.6%에 비해 오름폭이 커졌다는 점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구·휴대폰·자동차와 같은 내구재와 외식물가 등의 개인서비스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이 가격은 한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 성격이 있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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