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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수신자금 유치 경쟁 막기 위한 조치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조치를 폐지할 방침이다. 은행채 발행을 계속 제한하면 자금 확보를 위한 과도한 수신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시장 불안이 심화하자 은행채 발행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대표적인 초우량채인 은행채 발행이 늘 경우 채권시장 수요를 빨아들이며 일반 회사채 등에 대한 소외가 더 극심해질 것이란 게 정부의 우려였다. 금융위는 이후 차환 목적의 은행채 발행(월별 만기 도래 물량의 100%)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오다가 지난 4월부터는 월별 만기 도래 물량의 125%까지 발행을 허용했다. 지난 7월부터는 분기별 만기도래액의 125%로 발행 규모를 관리해왔다.
그러나 이달부터 은행권이 작년 말 고금리로 끌어모은 예·적금 상품들의 만기가 본격 도래하면서 은행권 자금 수요가 커지자 발행 한도를 아예 풀기로 한 것이다. 은행권은 작년 말 채권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히자 예금금리를 연 5%대까지 높이며 수신 경쟁에 뛰어들었고, 2금융권의 경우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연 6%대 중반에 이르는 특판을 대규모로 판매했다. 금융권은 당시 늘어난 수신 규모를 100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 상환을 앞두고 채권 발행 통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다시 수신을 통한 경쟁적인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분기 말을 앞두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유동성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한 자금 수요가 커진 점,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어나는 등 가계 대출 수요가 증가한 점 등도 은행권 자금 조달 통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채 쏠림 심화할라…우려의 목소리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금융당국 조치로 은행채 발행이 늘며 채권시장에 ‘수급 쏠림’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5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줄곧 순상환 기조를 이어오다가 지난 8월 순발행(3조7794억원)으로 돌아선 뒤 지난달에도 순발행 규모를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은행채(AAA·무보증) 1년물과 5년물 금리는 지난 26일 기준 각각 4.060%, 4.517%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등 시장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다만 금융당국은 작년 말과는 채권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 수급은 나쁘지 않아 은행채 발행 늘려고 큰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며 “금리가 오르는 건 글로벌 긴축 장기화 전망을 반영하는 것일 뿐 채권시장 불안 지표로 볼 것은 아니다”고 봤다.
금융위는 이와 더불어 LCR 규제 비율 정상화 시점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LCR은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금융위는 은행들의 유동성 규제 비율인 통합 LCR을 현 95% 수준에서 10월 97.5%, 2024년에는 코로나19 이전인 100%까지 되돌리는 것을 검토해왔지만 정상화 시점을 늦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LCR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은행채 발행 유인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