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항생제 내성균 때문에 생명을 잃은 사람 중 40%는 의료관련 감염 희생자였다는 조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팬데믹 기간 중 항생제의 약발이 전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슈퍼버그)에 감염돼 숨진 사람은 미국에서만 3만명에 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CDC는 병원에서 약 내성 감염이 팬데믹 기간에 급증했다고 말했다”(Drug-Resistant Infections in Hospitals Soared During the Pandemic, CDC Says) 제목의 최근 기사에서 코로나-10 유행 이후 항생제 내성, 이른바 ‘슈퍼버그’(super bug)로 인한 사망자가 3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약 15% 늘어난 사망 건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망자의 40%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환자, 즉 의료관련(병원) 감염 탓에 숨졌다.
뉴욕타임스는 “인류는 지금껏 흑사병ㆍ인플루엔자(독감) 등과 싸워오면서 현재와 같은 의료 시설 체계와 약을 개발했지만, 일부 약은 오히려 인류에게 독(毒)이 됐다고” 평가했다. 항생제를 투여하면 대부분의 세균이 사멸되지만, 이 중 일부는 변이를 일으켜 해당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다. 병ㆍ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항생제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항생제가 내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항생제 내성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코로나-19의 치료법ㆍ대처법을 잘 몰랐던 유행 초기엔 미국에선 수많은 코로나-19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했다. 이로 인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의 수가 급증했다. 항생제 내성균이 늘어나면서 항생제의 약효가 없어지거나 떨어지면서 미국 내에서 많은 환자가 생명을 잃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인 2020년 3월∼10월 신규 코로나 확진 환자의 약 80%가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항생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아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같이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 치료를 위한 처방 중 3분의 1이 잘못된 처방이었다는 결과도 나왔다(CDC).
이미 미국 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항생제 내성균이 밝혀졌다. 미국 연방 정부는 항생제의 일종인 카바페넴에 내성이 있고 주변 의료인력 등에 쉽게 전파되는 아시네토박터 세균과 요양원 등 장기 건강관리 시설 등에 자주 나타나는 치명적 곰팡이인 칸디다 진균의 항생제 내성률이 각각 78%ㆍ60%로 오른 것을 확인했다.
영국의 항생제 내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항생제 내성균 때문에 매년 사망하는 사람은 70만 명 이상이다. 항생제의 오남용을 줄이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없으면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사망자가 2050년엔 1,0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도 의료관련 감염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발생 건수를 줄이기 위해 손 위생과 마스크 착용 등 호흡기 예절을 강조하고 있다.
건양대 간호학과 정선영 교수는 “호흡기 예절은 기침할 때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하거나 휴지가 없다면 옷소매를 이용하는 것”이고 “기침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입과 코를 만진 후 손 위생을 철저히 하면 손에 있는 호흡기 미생물이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