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한국 상륙하나…대법 "은밀한 영역, 간섭 안해야"

권혜미 기자I 2021.10.29 09:26:42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여성의 신체를 실제와 같이 정교하게 만든 성기구인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 14일 대법원은 리얼돌 수입업체 A사가 김포공항 세관을 상대로 “리얼돌 수입을 허가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내렸다.

A사는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리얼돌 수입 허가 소송을 17건 제기했다. 2건은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됐고, 나머지 15건은 A사가 하급심에서 승소해 2·3심에 계류 중이다.

A사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은 규정상 수입될 수 없다”는 세관 당국의 말에 그동안 리얼돌을 국내로 들여올 수 없었지만, A사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로 수입길이 열릴 전망이다.

리얼돌.(사진=뉴스1)
대법원의 허가 판결은 2019년에 이어 두 번째인데, 당시엔 세관 당국이 리얼돌을 실수로 폐기해 수입되지 못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물품(리얼돌)은 그 모습이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 또한 “성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런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면서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관세청은 대법원 판결에도 “기존과 동일하게 일반적으로 통관을 보류하고, (패소) 판결이 확정되면 그것에 대해 허용한다는 입장”이라면서 “통관 기준을 만들기 위해 관계 부처인 여성가족부나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현재 국내에선 리얼돌을 제조·유통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리얼돌 상용화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건강한 성문화를 저해한다“,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물건이다“, ”성적 가치관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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