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포항중앙초등학교는 지난 1946년 포항시 북구 덕수동에서 개교한 후 1만8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지난해 폐교하고 북구 우현동으로 옮겨 재개교했다. 포항시청 이전으로 중앙상가와 중앙동 등 구도심 공동화가 진행되면서 최근 몇 년간 학생수가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중앙로, 중앙동, 중앙초·중·고…. 지방 중소도시를 가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중앙’이라는 명칭은 예전에는 도시의 한복판에 들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활기가 넘쳤던 곳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상권 이동이나 인근 신도시 조성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도심 250곳이 청년 창업과 공공임대상가 등 혁신공간으로 변신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기 회복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됐다.
◇도시 쇠퇴 심각…매년 10조 투입해 경제 활기
국토교통부는 27일 당정협의를 거쳐 향후 5년간 추진 전략을 담은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발표했다. 작년 4월 발표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이 나온 것이다. 도시재생은 2013년 도시재생법 제정으로 추진됐지만 그동안에는 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하면 국가가 예산을 나눠주는 수준에 그쳤다. 때문에 주민들의 체감도는 낮았고 정부 지원도 3년간 40곳, 연 15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도시재생 뉴딜은 매년 10조원의 재원을 투입하는 그야말로 ‘뉴딜’ 수준이다. 이처럼 대규모 재원을 쏟아부어 도시재생에 나서는 것은 도시 쇠퇴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죽은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30년 내 전체의 40%인 1388개 읍·면·동이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대도시도 2016년 광역시의 건축물 물리적 쇠퇴비율이 85%로 3년 전 76%에 비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전국에 노후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정부는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지역 경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혁신공간으로 지정되는 250곳에는 도시재생 어울림 플랫폼이 조성돼 도심 내 창업공간, 청년임대주택, 각종 공공서비스 지원센터 등이 들어서고 첨단 산업단지와 연계해 산업과 주거·상업 등 복합기능을 유지한다. 국공유지나 폐교 등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도 조성된다. 어울림플랫폼에는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이 조성돼 시세의 50% 이하에 제공한다.
◇도시재생 필연 ‘젠트리피케이션’ 막는다
정부는 도시재생이 성공하면 따라 오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실제 기존 도시재상사업 인근 핵심상권의 최근 3년 간 상가임대료는 평균 0.24%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뉴딜사업 선정 때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이 예상되는 지역은 상생협의체를 구축하고 반드시 상생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가 표준협약서를 마련하고 지자체는 협약 참여자들에게 리모델링 비용 지원이나 지방세 감면,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상가임대차법과 도시재생법을 개정해 뉴딜지역 외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상생협약의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2022년까지 총 100곳 이상의 구도심에 시세 80% 이하로 최대 10년 동안 임차할 수 있는 공공임대상가를 조성할 방침이다. 뉴딜사업 추진 과정에서 내몰린 영세상인이나 청년 스타트업, 기존 작업공간에서 쫓겨난 지역 예술가 등에게 우선 공급한다. 특히 중심시가지형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이 예상되는 지역에는 공공임대상가 설치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도시재생 뉴딜은 단순 주택 정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장동력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이라며 “이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함께 추진하고 도시재생법 등 관련법 개정과 예산 확보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도시재생
도시재생은 철저하게 주민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주민이 주축이 돼야 성공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전국에 200개 이상의 도시재생대학을 조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지역주도 교육체계를 확립할 방침이다. 또 도시재생지원센터도 총 300곳 설립해 주민복지센터·창업지원센터와 연계해 주민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한다.
주민이 집수리 등 마을재생 경제조직 설립, 빈집 리모델링 시범사업, 마을도서관 설립 등의 소규모 재생사업을 제안하면 ‘주민 참여 프로젝트 팀’을 꾸려 집중적으로 컨설팅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거형 재개발의 공급자 위주 방식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유엔 해비타트에서 강조하듯이 포용적 도시가 되도록 지역 공동거버넌스를 통해 지역 주민이 주도하고 정부는 도와주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