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한국은행과 캐나다중앙은행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한도와 만기를 사전에 설정하지 않은 ‘상설계약’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이 부족해지는 위기에 닥쳤을 때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swap)하는 외환거래다. 외화가 바닥났을 때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쓰는 일종의 ‘외화 안전판’이다.
최근 중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극적 타결한데 이어 또다시 안전장치를 확보한 것이다. 특히 캐나다달러는 사실상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캐나다, 통화스와프 전격 체결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15일 오후(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 위치한 캐나다중앙은행 본부에서 스티븐 폴로즈 총재와 양국간 통화스와프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번 통화스와프는 서명 즉시 발효된다. 이번 협약에 따라 두 기관은 금융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통화스와프를 통해 상대국 자금을 자국 금융기관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규모와 만기는 양 기관이 협의해 정한다.
김민호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 3월부터 정부와 한은이 함께 추진해 왔다”면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외환 부문의 강력한 안전판이 확보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통화스와프 협상은 우리나라가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통화스와프의 의미가 큰 것은 캐나다가 선진국이라는 점 때문이다.
캐나다는 사실상 기축통화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유로존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6개 주요 기축통화국은 상호간 무기한·무제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선진국 네트워크에 간접적으로 발을 걸치게 된 것이다. 만약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더라도 미국 달러화가 나머지 5개국의 통화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캐나다달러를 통해 간접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캐나다달러는 외환보유액 구성 비중과 국제결제 비중이 각각 세계 5위인 주요 통화다. 각각 1.9%씩이다. 외환거래 규모는 5.1% 비중으로 6위다.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다.
미국 달러화만큼 강력한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든든한 안전판을 확보한 셈이다.
◇“한국 대외신인도에 긍정적 작용할 것”
캐나다는 신용등급도 최상위이다. 무디스 기준으로 최상위 등급인 ‘트리플A(Aaa)’ 수준이다. 캐나다는 여타 5개 기축통화국 외에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건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선진국 중 하나인 캐나다가 우리나라를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했음을 의미한다”면서 “대외신인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통화스와프 계약은 총 1168억달러 수준이다. 양자간 계약은 중국 560억달러, 인도네시아 100억달러, 호주 77억달러, 말레이시아 47억달러다.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를 통한 다자간 통화스와프는 384억달러 규모다.
연장 협의가 진행 중인 UAE(54억달러)를 포함할 경우 총 1222억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