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경계영 기자] 검찰이 한미약품(128940)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정조준하면서 증권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 주식을 아예 사지 않다가 사건이 발생한 3월중 이를 새롭게 사담은 펀드수가 200개 이상에 이르면서 의혹도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일부 펀드는 한미약품을 전체 펀드 비중의 8% 이상 쓸어담은 것으로 조사됐다.
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전체 공모펀드 가운데 213개가 지난 3월 처음으로 한미약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원래 한미약품을 보유하던 상태에서 3월에 비중을 늘린 펀드까지 합치면 3월중에만 400개 이상 펀드가 한미약품을 사들였다.
특히 빠른 속도로 이 주식을 사들인 펀드 대부분은 3월중 처음으로 한미약품을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자산운용의 ‘동양좋은기업재발견1(주식)’은 5개 클래스 모두 3월초에는 한미약품이 아예 없었지만 4월초에는 전체 펀드의 8.52%를 이 주식으로 채웠다. 한 달새 8% 이상을 쓸어담은 건 동양자산운용이 유일하다.
마이애셋자산운용의 ‘마이스타셀렉션[주식]’은 3개 클래스 펀드가 각각 3월중 한미약품 주식을 7.08%씩 신규 편입했고 유리자산운용의 ‘유리스몰뷰티자[주식]’은 4개 클래스 펀드에 한미약품을 4.48%씩 새로 담았다. 이밖에 ‘미래에셋TIGER헬스케어상장지수(주식)’은 3월초 3.49%였던 한미약품 비중을 4월에 2배 가까운 6.54%까지 늘리는 등 3월 중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19일 미국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78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가는 발표 전부터 급등해 발표 당일과 다음날 상한가로 직행했다. 주가는 3월2일 10만4500원에서 한달 후인 4월2일 22만6000원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물론 당시 제약·바이오가 시장 주도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터라 비슷한 시기에 한미약품을 새로 담았다는 것만으로 모두 불공정거래를 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당시 한미약품 시가총액은 2조2300억원으로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에 불과했다. 이 종목을 전체 펀드의 8% 이상 늘렸다는 건 그 만큼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봤거나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사전에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체 시가총액의 1%대인 한미약품을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8% 이상 한꺼번에 담았다는 건 상당한 것”이라며 “물론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의심의 정황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한 증권사 연구원이 한미약품 직원으로부터 공식 발표 전에 이 소식을 입수해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해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사들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몇몇 운용사를 압수수색했고 수사범위를 더 늘려갈 방침이다.
다만 조사 대상인 펀드매니저들은 실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했어도 처벌대상에서는 제외될 전망이다. 미공개 정보의 2차, 3차 정보수령자까지 처벌이 가능토록 한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법은 올 7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개정법 시행 전인 3월에 발생해 2차 정보수령자인 펀드매니저들은 처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