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지난 4일 제주항공 비행기가 새와 충돌하는 바람에 회항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7C101편은 이륙 10분만에 새와 충돌했는데 하필이면 이 새가 엔진에 빨려들어갔다. 엔진 하나가 `고장`난 비행기는 공항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140여명의 승객들은 소중한 시간을 날려야 했다. 승객 입장에서는 화난다기 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새와 부딪혀 비행기가 돌아오다니.."
하지만 새와의 충돌, 즉 버드 스트라이크는 공항에서 자주 빚어지는 사고 중 하나다. 한국에서만 연 평균 60건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1988년 이후 버드 스트라이크로 빚어진 인명 피해는 219명, 피해액은 수십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2009년엔 미국 US에어 비행기가 새떼와 충돌하며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하기도 했다. 엔진 2개가 모두 고장났기 때문이다.
피해가 큰 이유는 비행기의 속도 탓이다. 새 한마리의 무게는 크지 않지만 고속 운항 중이던 비행기와 충돌하면 충격이 커진다. 만약 1.8kg 정도의 새가 시속 250노트(약 시속 450km)로 날던 비행기에 부딪히면 약 17톤의 힘이 갑자기 가해지는 것과 같다. 항공기가 최고 속도 수준인 시속 960km로 난다면, 충격은 64톤에 이른다.
새는 테러리스트를 제외하면 비행기가 맞을 수 있는 가장 위급한 상황이다. `깃털총알`이라고 부르는, 엔진에 빨려 들어가는 것만 위험한 건 아니다.
새의 딱딱한 부리가 창문에 부딪혔다 금이 가고 이것이 승객들의 공포심을 부채질한 경우도 있었다. 보잉 등 항공기 제작사들은 제작 과정에 일부러 새와 부딪히게 하는 실험도 한다.
이때문에 공항은 새를 내쫓느라 많은 공을 들인다. 맹금류인 매의 소리를 틀고, 공항 바깥에선 오리나 까마귀 비명소리로 새떼를 쫓아낸다. 요란한 소음을 틀어놓고 풍선 인형을 세워놓는 경우도 있다.
공항 주변의 습지를 제거하고, 새가 서식할 수 없게끔 풀을 짧게 깎는다. 개천에는 줄을 쳐 새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고, 그래도 날아오는 새가 있다면 공포탄을 쏘아 쫓아낸다.
그런데도 가을철 인천공항 주변에서 관측되는 철새는 1만3000여마리 가량.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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